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일본의 야만성 드러낸 사건”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일본의 야만성 드러낸 사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3.06.21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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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수 히토쓰바시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 제주교구 기쁨과 희망 포럼 강연

재일 조선인 6000여명 사망 추정 … “계엄령 치하 발생, 제주4.3과도 닮았다”
제주 출신 희생자 가족도 확인돼 “제주에서 선언문, 조례 제정 등 연대해달라”
21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제3회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이규수 히토쓰바시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가 100년 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강연 중인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 제3회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이규수 히토쓰바시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가 100년 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강연 중인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100년 전 일본 열도를 강타한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 조선인 6000여 명(추정)이 일본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된 사건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1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천주교 제주교구 주최로 열린 제3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년, 망각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1923년 일본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터무니없는 유언비어 때문에 학살당한 조선인들에 대한 얘기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규수 히토쓰바시대 한국학연구센터 교수가 ‘관동대진재와 한인 학살, 그 망각과 기억의 소환’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 교수는 2년 전 작고한 자신의 스승 故 강덕상 선생이 남긴 자료들을 토대로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의 참상을 전했다.

그는 우선 당시 조선인에 대한 학살이 계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데 주목했다. 언뜻 미 군정 당시 시작돼 이승만 정부의 불법적인 계엄령 하에서 자행된 4.3 당시 민간인 학살과도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당시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조선인들을 학살한 자경단의 주력이 재향군인이었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재향군인들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경험했던 군인들로, 갑오농민전쟁 당시 농민군을 학살했을 뿐만 아니라 3.1운동 당시 경시청에 있었던 인물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3.1운동 당시 최고 지휘관이었던 미즈노 렌타로 정무총감은 조선인 학살 때 내무대신을 지냈고, 3.1운동 때 경찰 책임자였던 아카이케 아쓰시 경무총감은 도쿄 경시총감으로 있었다고 한다.

러일전쟁 때 시베리아 원정에 나섰던 아베 노부유키 참모장은 관동대지진 당시 계엄사령부 참모장을 맡는 등 조선인 학살에 관여했던 다수의 군인과 관료들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에 대해 일본에 진실 규명을 요구하거나 항의한 적이 없다”면서 정부 수립 이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항의문이 지금까지 유일한 대응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21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이규수 교수와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21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이규수 교수와 대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제주

당시 희생자들 가운데 제주 출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조묘송씨(당시 32세) 가족 5명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정읍 인성리 출신인 조묘송씨와 그의 동생 조정소‧정화씨, 아내 문무연씨와 아들 조태석(당시 4세) 등 일가족이 가메이도 경찰서에서 희생됐다. 조씨 가족의 희생은 희생자명부에서 공식 확인된 내용으로, 조씨의 아내 문씨는 당시 만삭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사진 등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설명을 이어가던 그는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은 일본의 야만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면서 자신의 스승인 故 강덕상 선생의 자료집이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번역이 안돼 있고, 단 한 편의 학위 논문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일본에서 이른바 ‘역사부정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007년 국회에서 ‘일본 정부는 학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감의 뜻을 표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면서 “가해자들이 피해자인 척하고 있는 것이 역사 수정주의의 본질”이라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금 한국 정부에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차라리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두 번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거나 조례를 제정하는 등이 움직임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연을 마치고 진행된 대담 순서에서도 그는 스승인 강덕상 선생이 남긴 말을 빌어 “일본 사회는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상실됐다”면서 “남북간 화해와 협력만이 유일하게 일본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한 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제3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참가자들이 방청석에서 100년 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잊지 않겠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3회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 참가자들이 방청석에서 100년 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사건을 잊지 않겠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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