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겨울에도 마을에서 돌봄이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겨울에도 마을에서 돌봄이 이뤄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8.12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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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돌봄 틀을 깬 ‘용마마을’의 움직임

학부모들의 열정으로 마을 돌봄 이뤄내

고학년도 돌봄에 참여하며 만족도 “최고”

12일 용마마을복지회관에서 진행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 잔치. 미디어제주
12일 용마마을복지회관에서 진행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 잔치.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돌봄이 화두다. 그래서일까, 국가에서도 교육청에서도 돌봄 정책을 앞다퉈 내놓는다. 그럼에도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유는 돌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학만 돌아오면 맞벌이 가정은 아이들 걱정에 휩싸인다. 아이가 집에 혼자 있으면 괜찮을지, 점심은 미리 해둬야 하는데 어떤 음식을 해놓고 갈지, 이런 걱정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런 걱정을 올 여름에 단박에 없애버린 곳이 있다. 바로 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마마을이다.

제주시 용담동에 사는 엄마들과 용마마을이 여름방학동안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을 내걸고 돌봄을 진행했다. 시작은 두 엄마로부터였다. 꼬마음악단 수눌음공동체 대표로 있는 송아름씨, 용담동 일대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최미아씨가 뭉쳤다. 마침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가 내놓은 수눌음공동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동안 이런 사업은 ‘수눌음나눔터’에서만 진행해왔는데, 사업을 마을내로 끌어들이자며 뭉쳤다. 평소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을 많이 둔 최미아씨는 사업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처럼 꺼냈다.

“마을교육공동체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많은데, 용담동 내에서 움직이는 분들은 많지 않았어요. 구심점도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돌봄을 위해 (용담동을 벗어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공모가 나왔고, 돌봄을 해보자고 했던 겁니다.”

돌봄이 필요한 가정은 많지만, 용담동 지역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에 돌봄을 맡기곤 했다는 이야기다. 최미아씨와 송아름씨는 그러지 말고, 그들이 사는 마을에서 문제를 해소하자며 발을 디딘 게 지금의 ‘마을돌봄’으로 거듭났다. 급기야 두 엄마는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들은 “올해는 무조건 한다”는 목표를 내놓았고, 노력 덕분에 여름방학동안 1학년부터 6학년까지 15명의 초등학생들이 돌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돌봄은 대게, 저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곤 하는데 여기서는 왜 고학년도 포함될까? 두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유를 알게 된다.

“둘 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기에 돌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1~2학년은 학교에서 돌봄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3학년부터 6학년은 집에서 혼자 해결하고 학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공백의 시간에 따뜻한 밥을 주고, 아이들이 함께하면서 즐길 수 있게 해보자고 했던 겁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었고 아이들은 ‘형’, ‘누나’라고 부르며 함께 어울리게 됐어요.”

돌봄은 저학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들은 강조했다. 집에서 혼자 지내는 아이들 모두가 돌봄의 대상일 수 있음을 이들은 알고 있다. 그들이 부모라는 입장이기에 더욱 필요성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을 내건 돌봄은 두 엄마로부터 시작됐으나, 용마마을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돌봄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전 도의원을 지낸 김영심 용마마을회장의 몫도 빼놓을 수 없다. 송아름씨는 마을회장과 나눴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마을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마을회장님께 바로 연락을 드려서 사업 이야기를 했어요. 마을회장님은 평소에도 수눌음나눔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인지 너무 좋다고, 선뜻 응해줬어요.”

돌봄에 참여했던 이들의 반응도 궁금해진다. 15명의 아이들 가운데 똑같은 이름을 지닌 두 아이를 만났다. 정서윤 어린이인데, 둘 다 4학년이다. 재밌다는 정서윤 어린이,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집에서보다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됐다는 또 다른 정서윤 어린이의 답을 들었다.

12일 용마마을복지회관에서 진행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 잔치. 미디어제주
12일 용마마을복지회관에서 진행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 잔치. ⓒ미디어제주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은 아이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부분의 강사는 마을 사람들이다. 마을 어르신도 강사로 참여한다. 제주어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할머니 강사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용담’은 앞으로 나가야 할 마을공동체의 선구적인 모습을 닮았다. 여기에 아이를 보낸 엄마의 심정도 궁금하다. 정서윤 엄마인 오지미씨는 돌봄으로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굉장히 만족해요. 해마다 했으면 좋겠어요. 방학만 되면 하루종일 집에 있을 애를 생각하며 뭘 먹이지? 이런 생각을 하고, 혼자 두고 가야 하니까 걱정이 되었죠. 그런데 여기 보내니까 100% 만족이죠. 겨울에도 했으면 너무 좋겠어요.”

돌봄은 누구의 책임일까? 결국은 사회에서 해줘야 한다. 용마마을이 내준 공간은, 마을에서 나서는 돌봄의 필요성을 말한다. 아울러 맞벌이 가정을 위해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돌봄이 이뤄지는 공간이 더 요구된다. 서윤 엄마의 말처럼, 겨울방학에도 아이를 마음껏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편 12일엔 돌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돌봄이 진행되고 있는 용마마을회관에 모여 잔치를 열었다. 일종의 ‘플리마켓’이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고, 누군가로부터 작은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작은 잔치였다. 이날 잔치는 돌봄이 마을공동체의 아주 중요한 일임을 확인시키는 하나의 결과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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