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고교생 작가가 던진 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요?”
고교생 작가가 던진 말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9.04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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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다 건너’ 출판기념회 연 작가 김예린

환경을 생각하는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 펴내

제주서 채취한 파이로 플라스틱으로 논문쓰기도

환경예술 활동을 하는 고교생 작가 김예린. 미디어제주
환경예술 활동을 하는 고교생 작가 김예린.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내가 밟고 있는 땅. ‘지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땅이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숲은 사라지고, 땅은 뜨거워지고, 해수면은 높아진다. 오죽했으면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냈을까. 웰즈의 말처럼 우리는 지구라는 땅에서 살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방법은 없을까. 그걸 막으려면 수많은 작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고교생 작가 김예린처럼.

작가 김예린은 용인외대부고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가 최근 e-북으로 만날 수 있는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를 펴냈다. 9월 3일엔 제주에서 <내 집은 어디지?>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출판기념회 현장에서 앳된 작가 김예린을 만날 수 있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 강남역 홍수 사건이었어요. 강남 전체가 침수될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걸 겪은 것도 처음이었어요. 버스 위로도 물이 차오르는 모습은 너무 충격이었고, 진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피부로 느끼게 되었죠.”

익히 기후변화의 문제는 알고 있었지만, 친구들이 올리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강남 침수’는 작가로서 환경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 사건이 됐고, 책을 낸 이유도 된다.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바다쓰기'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고 있는 김예린 작가. 미디어제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바다쓰기'에서 출판기념회를 하고 있는 김예린 작가. ⓒ미디어제주

“온도가 4도 오르면 온 지구는 불덩이에 휩쓸리게 되죠. 문제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데서 온 것 같아요. 인간들은 동물들보다 상위의 존재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간도 동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인 우리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게 아이러니해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을 ‘인류세’라고 하잖아요. 인류세라는 단어가 나온 자체가 인간이 지구에게 미친 (나쁜) 영향이 크다는 걸 말하고 있어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긴 할까? 작가는 아니라고 하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시각은 인간 중심적으로만 바라보는 한계를 지녔다. 그게 지금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고 작가는 본다. <내 집은 어디지?>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내 집은 어디지?>에 등장하는 얼룩말 ‘세로’는 지구의 주인은 인간만이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바다쓰기’에서 펴냈다. 출판사는 제주, 작가는 육지에서 활동한다. 제주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먼 거리였다. 어떻게 만남이 이뤄졌는지도 궁금하다.

“제가 먼저 바다쓰기 김지환 대표님께 전화했어요. 업사이클링에 한창 관심을 가질 때였고, 바다쓰기 작업이 궁금했어요. 그랬더니 그림책을 만들면 어떤가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물론 출판 작업은 늘 대면해야 작품이 완성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바다 건너’라는 거리감은 있다. 먼 거리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코로나 시기여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워낙 비대면이 키워드여서 굳이 제주도까지 오지 않아도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작가의 생각이 깔렸다. 책을 구성하는 소재는 모두 쓰다 남은 것들이다. 쇼핑백 끈, 페트병, 플라스틱, 철사, 못 쓰는 양말, 마스크 끈, 단추, 버려진 박스…. 책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진학을 위해 바쁜 몸이면서도 그림책을 만드는데 6개월을 소비했다. 후회는 없다. 오히려 환경을 생각하는 작가인 자신을 알게 돼 더 기쁘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쥐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작업은 6개월을 좀 넘은 것 같아요. 시간이 들긴 했으나, 작가로서 응당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으로 내놓는 과정이 쉬울 리는 없다. 그럼에도 그걸 가능하게 만든 건 다져놓은 바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 김예린은 환경예술 교육단체인 ‘크래프트래쉬(craftrash)’를 친구랑 공동운영하며, 어린이들도 만나고 있다. 어린이를 만나면서 환경을 표현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기에, 그림책을 펴내는 일도 가능했다. 작가 김예린은 제주에 대해서도 그가 생각하는 방향을 전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김예린 작가. 미디어제주
환경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김예린 작가. ⓒ미디어제주
김예린 작가가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예린 작가가 그림책 '내 집은 어디지?'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최근에 제주도에서 채취한 ‘파이로 플라스틱’으로 학교 논문을 하나 쓴 게 있어요. 파이로 플라스틱이 제주도에서 특히 엄청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파이로 플라스틱은 돌이랑 구분하기 매우 어려워요. 제주도 해안 쓰레기 문제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제주에 놀러 오는데, 막상 환경문제는 고민하지 않아요. 제주도에 놀러 가지만 말고, 환경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죠.”

고교생 작가에겐 곧 대학 입학이라는 문이 다가온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을 때다. 아직은 꿈 하나를 결정하진 않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꿈을 계속 키워가며, 자신을 찾을 계획이다. 물론 환경 문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

“환경을 예술로 표현하는, 환경예술이 지니는 의미는 굉장해요.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를 예술의 힘으로 표현하는 게 의미가 있잖아요. 왜냐하면 예술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환경 역시 인간이 만들잖아요. 두 가지가 인간의 활동에서 나오는데, 그것들을 합쳐 인간행동을 변화시키는 힘을 계속 만들어가야겠죠.”

김예린 작가는 환경 문제로 논문도 쓰고, 환경 예술 활동을 직접 하고 있다. 조만간 재활용 종이로 만든 수제 달력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음엔 어떤 그림책, 혹은 어떤 작품으로 대중을 만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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