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목련처럼 환한 공간에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요”
“목련처럼 환한 공간에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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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 <13> 서귀중앙여자중학교

선이 매력적이었던 옛 제주대 본관.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건축가 김중업의 대표작품이다. 김중업은 아름다움을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실현하는 건축가였다. 그는 건축가의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땅 위에 세워진 건축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건축가의 몫이길 바랐다. 건축가는 죽어서도 그가 설계한 건축물에 대한 책임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이가 김중업이다. 때문에 그의 건축물은 늘 빛을 발한다.

서귀중앙여자중학교. 옛 제주대 수산학부 건물이다. 곡선보다는 수직적 루버를 강조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김중업은 근대 건축의 거장 가운데 한 분인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인데, 서귀중앙여중 건축물을 보다 보면 코르뷔지에 작품인 ‘라투레트 수도원’이 머리에 그려진다. 수직의 입면이 라투레트 수도원을 닮았다.

김중업은 서귀중앙여중을 설계하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중생들이 자신이 그린 작품에 들어가서 생활하리라는 꿈은 갖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그는 분명 하나는 생각하지 않았을까. 누가 이 건축물에 와서 생활하던, 상상력을 가득 품기를.

넓게 튼 목련도서관 앞 공간. 미디어제주
넓게 튼 목련도서관 앞 공간. ⓒ미디어제주

학교는 학생들에겐 집이다. 어찌 보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러기에 학교가 집보다 더 아늑하면 좋지 않을까. 올해 2월에 바뀐 서귀중앙여중의 학교 도서관인 ‘목련도서관’은 무척 환하다. 탐라지예건축사사무소 권정우 소장이 서귀중앙여중 목련도서관을 맡아서 진행했다.

목련도서관은 급식실로 향하는 끝점에 있다. 학생들은 도서관을 ‘훅~’하고 지나면서 급식실로 들어간다. 그냥 ‘훅~’하고 지나지 말고, “랄랄라~”라고 소리치면서 즐겁게 급식실을 오갈 수는 없을까. 건축가는 학생들이 여유 있게 급식실을 오가도록 목련도서관 앞 공간을 터줬다. 그랬더니 넓은 공간이 생겼다. ‘훅~’하며 도서관을 지나던 학생들이 서로 “랄랄라~”라고 하면서 오갈 여유를 지니게 되었다. 점심을 먹은 아이들은 다시 “랄랄라~”라고 흥을 내며 목련도서관으로 들어온다.

밝은색은 시선을 확장시킨다. 공간도 넓게 보이는 효과를 준다. 더더욱 책을 접하는 도서관은 밝을 때, 더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 목련도서관은 학교의 꽃인 목련처럼 환하다. 온돌공간도 있어, 앉아서 뒹굴기도 한다. 외부공간과도 터 있다. 벽으로 가로막혀 있던 공간을 트고, 폴딩도어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바깥공간이 내부로 들어오고, 내부였던 목련도서관은 외부와도 소통하게 되다. 외부와 열린 이 공간에서 하늘을 봐도 좋다. 날이 좋으면 도서관을 확장시켜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으로도 변한다.

목련도서관에서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미디어제주
목련도서관에서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다. ⓒ미디어제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정서지원공간. 미디어제주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정서지원공간. ⓒ미디어제주

도서관이 심심한 아이들은 2층과 3층에 마련된 ‘정서지원공간’으로 향한다. 정서지원공간은 신나게 떠들 수 있고, 신나게 낙서를 해도 좋다. 학생들이 쓴 낙서는 1주일동안 남겨 뒀다가 지우게 되고, 다시 새로운 낙서를 맞을 준비를 한다. 정서지원공간은 학생들의 참여형 설계로 진행됐고, 목련도서관처럼 올해 2월에 오픈했다. 정서지원공간에서 만난 2학년 고은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공간을 자주 이용해요. 여기는 마음 쉼터인데,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여기에 오면 제 마음이 진정돼요. 칠판이 있어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친구들이랑 게임도 할 수 있죠. 친구들이랑 여기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안 좋았던 감정도 풀어집니다. 정말 이 공간을 잘 만든 것 같아요. 정말 좋습니다.”

정서지원공간이 마음껏 이야기하는 곳이라면, 다소 차분한 공간도 만날 수 있다. 학교 동쪽 계단 밑에 놓인 쉼터가 그런 공간이다. 작은 쉼터는 편안한 등받이 쿠션이 놓여 있어 마음을 다스리기엔 제격이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 서귀중앙여중 강연심 교장은 이렇게 말한다.

“공간이 아이를 만든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이 항상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8시간 이상을 학교에 머무는데, 학생들이 편해야 선생님들에게도 좋죠. 선생님들이 있는 교무실도 바꿔주고 싶은데, 우선은 아이들이 있는 공간을 바꾸고, 여유가 된다면 선생님들도 편안하게 근무하면 더 좋죠.”

학교공간은 외부로도 확장된다. 바로 학교의 ‘명상숲’이다. 애초에 대학교 건물이어서인지, 바깥공간도 잘 꾸며져 있다. 여기서 만난 1학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바깥공간과 학교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명상숲에 오면 기분이 산뜻하고, 아늑해요. 하루에 한 번은 와요.” (고시연)

“도서관이 마음에 들어요. 테라스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고, 흥미를 끄는 책도 많아요.” (한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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