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가 공항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일부를 해제할 방침인 가운데, 이와 관련한 홍보를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도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제주도는 12월 중 옛 해태동산인 신제주입구 교차로에서 공항입구 교차로까지 이어지는 공항로 구간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일부를 해제할 방침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 우선차로로도 불린다. 2017년 8월부터 제주시내 중앙로 일부구간과 공항로 일부구간에서 도로의 가운대 차선을 중심으로 노선 버스와 36인승 이상 버스, 전세버스, 택시만 통행할 수 있는 전용차로가 만들어졌다. 특히 공항로에서는 신제주입구 교차로에서 공항 방면 800m, 공항에서 신제주입구 교차로 방면 600m의 구간이 설정됐다. 이 외에 노형로에서 도령로, 서광로, 동광로를 거치는 도로는 가로변에 특정 시간 대중교통 등만 운행할 수 있는 가로변 차로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항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해 제주경찰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공항로의 교통혼잡을 부추기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택시와 전세버스 등이 신호에 따라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를 빈번히 왔다갔다 하면서 교통 혼잡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공항로의 특성상 제주 교통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의 렌터카 통행이 많기 때문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봤다.

경찰은 이에 지난 9월29일 제주도와 제주시 교통부서 및 도시계획부서 등에 공문을 보내 공항로의 중앙버스전용차로 폐지 여부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도에서는 경찰과 행정시 및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합동점검에 나섰고, 이에 공항로에서의 중앙버스전용차로 일부 구간 해제를 결정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가 해제되는 구간은 공항로 중 공항에서 신제주입구 교차로 방면에 설정된 600m 전 구간이다.

신제주입구 교차로에서 공항 방면의 중앙버스전용차로는 유지된다. 다만 이 방면 중 다호마을 입구에서 공항입구 교차로까지의 구간에서 변화가 생긴다.

현재 신제주입구 교차로에서 공항 방면 공항로는 다호마을 입구까지는 1개 차선만 중앙버스전용차로이지만, 다호마을 입구에서 공항입구 교차로까지는 이 차선이 1개 더 늘어나 모두 2개 차선이 버스전용차로로 운영된다. 

제주도는 앞으로 이 2개의 차선 중 바깥 차선인 2차선을 일반 차선으로 바꾸고, 다호마을 입구에서 공항입구 교차로까지도 1개의 중앙버스전용차로만 유지할 방침이다.

해당 구간의 신호체계도 달라진다. 신제주입구 교차로에서 공항 방면 중 공항입구 교차로의 신호등은 현재 중앙버스전용차로 신호등과 일반차로 신호등이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통행이 이뤄지는 동안 일반차로는 정지 신호가 유지되고, 이후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신호등이 정지신호로 바뀌면 일반차로의 통행이 이뤄진다.

제주도는 이를 일원화할 방침이다. 하나의 신호로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일반차로 모두 통행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공항입구 교차로에서의 차량 엉킴을 방지하기 위해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선 공항의 '도착' 방면으로만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에는 중앙버스전용차로의 1차선에선 '도착' 방면으로, 2차선에서 '출발' 방면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차선이 사라지고 신호도 일원화되기 때문에 1차선에서 '도착' 방면으로만 진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정작 제주도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내용을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 12월 중 이와 같은 변화를 적용할 예정임에도 12월을 하루 앞둔 11월30일까지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에 대한 공고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변화가 이뤄질 공항로 주변에 중앙버스전용차로의 해제와 신호체계의 변화를 알리는 어떤 내용도 게시돼 있지 않다.

더군다나 공항로 중 공항에서 신제주입구 교차로 방면은 중앙버스전용차로 해제를 위한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다. 기존의 전용차로를 나타내는 파란색 차선이 모두 지워지고 일반차로를 나타내는 하얀색 차선이 그려졌다. 차선만 보면 버스전용차로가 사라졌다. 하지만 버스전용차선임을 나타내는 교통안내 표지판은 그대로 남아 있다. 단속을 위해 설치됐던 카메라도 현재 그대로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버스전용차로가 언제 어떻게 해제되는지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도민들 입장에서는 버스전용차로가 해제된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수 밖에 없다.

반대 방면도 혼란이 우려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존 2개로 운영되던 버스전용차로가 1개 차선으로 줄어들고 버스중앙차로에서 더 이상 출발 방면으로 올라갈 수 없게 달라지는 데다, 신호체계도 달라지지만 제주도는 이와 관련해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다소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선 버스 중에 출발 방면으로 올라가는 버스가 기존에도 없었기 때문에, 버스중앙차로에서 출발 방면으로 가지 못하게 막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것이 제주도의 입장이다.

하지만 노선버스가 아닌 택시나 전세버스 등이 도착 방면으로만 갈 수 있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다 무리해서 출발 방면으로 빠지려 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렇게 되면 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럼에도 해당 구간에서는 이와 관련한 안내 등 홍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항로에서는 이전에도 지하차도 개설 과정에서 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대혼란이 펼쳐진 바가 있다. 이와 같은 선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교통체계의 변화에 대해 제주도가 아무런 홍보에 나서질 않고 있어, 또 다른 혼란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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