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00:55 (일)
도로폭 10cm인데 '자전거 전용도로'? 암담한 제주 자전거
도로폭 10cm인데 '자전거 전용도로'? 암담한 제주 자전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2.21 13: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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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 수립, 20일 고시
환상자전거길 도로폭, 66.2%가 기준에 못 미쳐
도로폭 0m인 자전거 도로도 ... 이름만 '도로'
제주환상자전거길.
제주환상자전거길.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내의 자전거 도로와 관련된 지표가 암담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희룡 도정 당시 만들어진 '환상자전거길'의 경우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혼용돼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다, 자전거 전용도로 도로폭이 상당히 좁아 일부 구간에선 도로폭이 불과 10~20cm에 불과하거나, 심지어 도로폭이 '0m'인 전용도로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다보니, 자전거 이용객의 만족도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최근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을 수립, 지난 20일 이를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전거 이용활성화 계획'은 5개년 단위의 계획으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수립되는 것이다. 

이번에 수립된 계획에 따르면, 제주도내 자전거 도로의 수준은 암담한 정도다. 특히 원희룡 도정 당시인 2015년에 개통된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은 일부 구간이 자전거도로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에 따르면 자전거도로의 폭원 기준은 1.5m 이상이다. 즉 자전거 도로라고 불릴 수 있으려면 최소한 도로폭이 1.5m 이상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자전거 전용도로' 기준이다.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의 기준은 폭원 기준이 3m 이상이다. 

환상자전거길의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구간이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도로로 구성돼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즉 환상자전거길은 대부분의 구간에서 도로 폭이 최소 3m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환상자전거길 중 도로 폭이 3m 이상인 구간은 78.1km로 전체 환상자전거길의 33.8%에 지나질 않는다. 나머지 66.2%의 도로는 자전거도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도로폭 3m는커녕 1.5m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간도 상당하다. 전체 구간 중 9%의 도로가 도로폭이 1.5m에 미치지 못한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통행하는 것이 매우 힘든 수준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제주시 외도동 일주도로의 환상자전거길은 도로폭이 겨우 20cm에 불과하다. 이 20cm 폭의 도로가 무려 560m 이상 이어진다. 

대정읍 동일리에서도 겨우 50cm 폭에 불과한 자전거도로가 1km 이상 이어지며 안덕면 사계리 해안에서도 도로폭이 20cm에 불과한 자전거도로가 1km 이상 계속된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있다. 서귀포시 법환동 일대의 환상자전거길은 환상자전거길 구간 중에서도 매우 드문 '자전거 우선도로'이지만, 자전거도로폭은 0m다. 

이외에 제주시 화북동 일대의 일부 환상자전거길도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돼 있지만, 도로폭은 10cm에 불과하다. 이 10cm폭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1km 이상 이어진다. 오현고 인근의 자전거 전용도로도 도로폭이 10cm에 불과하다. 

이외에 환상자전거길 곳곳의 구간이 50cm 미만이다. 사실상 자전거의 통행이 불가능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름만 '환상자전거길'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갖다붙인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부분이다. 

환상자전거길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환상자전거길이 제주도내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보니, 일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해안도로의 경우는 자전거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애월해안도로와 한담해변 인근, 한림항 인근에서 차량이 자전거의 통행을 막고 있다. 이외에 안덕면 사계포구 주변 도로와 남원읍 비안포구 주변에서도 차량의 주정차로 인해 자전거 통행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물로 사고위험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 '환상자전거길'을 '환장자전거길'이라는 비하하는 명칭으로 불리는 상황이 수년 째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환상자전거길만이 아니다. 제주도내에서 자전거도로로 지정된 대부분의 도로가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겸용도로이지만, 도로폭이 3m에 미치지 못하는 구간이 상당하다. 

아울러 번영로의 표선면 구간에는 상당히 긴 구간에 걸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놨지만, 이용객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자전거도로의 구축인 샘이다. 

이렇다보니 도내 자전거 이용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수준을 보인다. 

제주도가 지역주민 및 동호회 회원 10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10월1일부터 12월30일까지 직접 설문조사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도내 자전거 도로에 대한 만족도는 9.6%에 불과했다. 보통이 45.1%, 불만족이 29.6%였다 .

같은 기간 관광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의 결과에서 도내 자전거도로에 대한 만족도는 겨우 3.5%에 불과했다. 보통이 58.5%, 불만족이 32%였다. 

도내 이동수단 중에서 자전거 분담률도 참담한 수준이다. 전체 이동수단 중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43%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자전거 분담률이 1.6%인 것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제주에서의 자전거도로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제주도정의 자전거 이용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전거 이용에 대한 만족도를 충분히 높이기 위해선 이름뿐인 '자전거 전용도로'를 벗어나 정말 자전가가 편하게 통행할 수 있는 도로가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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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2 2024-02-22 16:00:16
남문사거리에 중앙로로 내려가는 길에서 자전거 도로가 뚝 끊기며 사고가 날 뻔 한 적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자전거를 잘 안 타게 되는 것 같아요. 자전거 도로는 있지만 버스정류장이나 전기시설 등으로 가로막혀 부득이 하게 인도나 차도로 가게 되는 일도 허다하구요. 정말 위험합니다 제주에서 자전거 타기는

도민 2024-02-21 20:15:47
자전거도로 뿐만아니라 가장기본인 도로가 인도랑(도로가 인도 좁고 도로랑 붙어있는곳이 많아 위험한곳이너무 많습니다) 가로등부터(제주도 만큼 도로가 어두운곳이 많습니다 동네안도 정말 어둡습니다 정말위험 합니다) 그리고 상하수도 관로공사 아주기본적인것부터 신경써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