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7:02 (일)
'사월 어머니회', 짓밟힌 '4.3 여성인권' 규명한다
'사월 어머니회', 짓밟힌 '4.3 여성인권' 규명한다
  • 김두영 기자
  • 승인 2009.07.07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희생자유족부녀회 7일 창립..."여성피해사항 규명"

어머님!
저희들을 이토록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백성은 수난을 당하는 법!
1948년 4.3사건으로 인하여 토산리 거주 리민은 만18세부터 만40세까지 참혹한 죽음을 당하셨다.
다행히 살아남은 우리의 어머님들은 "텅" 비어있는 초가지붕 밑에서 젖먹이 아이! 철없는 어린 자식을 품에 품고 사면이 고요히 잠든 밤하늘의 별과 달을 쳐다보며 몇년을! 몇 십년을! 말없이! 우셨는고! 이십대의 젊은 나이였기에 저희들을 버리고 다른대로 가셔서 행복하게 사실 수도 있었으련만 풀잎에 베일새라 돌 뿌리에 채일 새라 금지옥엽으로 우리들을 키우셔서...
-토산리 모자상 표지사진 설명 中-

반세기 넘게 가슴에 멍이 든채 울분을 삼켜온 제주4.3 희생자유족의 '사월 어머니회' 회원들이 7일 '제주4.3희생자유족 부녀회'를 창립하고, 4.3당시 짓밟힌 여성인권 문제를 규명하는데 나서기로 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회장 고희순)는 이날 오전 11시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 강당에서 창립대회를 갖고 다시는 이땅에 '제주학살'과 같은 불행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화해와 상생,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여성문화 창조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행사에는 이상복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김용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고점유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의원, 박창욱 제주4.3중앙위위원회 위원, 그리고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을 비롯한 부녀회 회원 등이 참석했다.

고희순 회장은 대회사에서 4.3과 같은 '제주 학살'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앞으로 '사월어머니회'로 명명되는 부녀회가 제주여성사에 새로운 발자취를 남길 수 있도록 부단한 활동을 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사회 전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의 주역을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느냐에 제주의 미래가 달려있다"면서 "우리는 여기에서 '제주4.3과 여성'이라는 문제를 상정할 수 있다"면서 '여성의 역할'을 역설했다.

고 회장은 "4.3당시 과연 여성에게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했는가? 특히 그 당시 여성들에게 자행된 만행은, 가부장적 사회구조 위에 더해진 국가적 폭력에 의한 것이었기에 더욱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 힘이었다"고 전제하고, "여성은 '인간'이라기 보다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으로 취급되었고, 당시 폭력집단은 여성을 '성적노리개'라는 도구로 인식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에 우리는 4.3당시 여성의 피해사항을 하나하나 밝히는 일에 적극 나서면서, 당시 짓밥ㄼ힌 여성인권의 신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여성인권 문제 뿐만 아니라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여성문화를 창조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며 "서로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어두운 곳에 빛을 던지는 '사월어머니회'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홍성수 회장 "4.3 여성 피해 사례 정확히 찾아내야"

이어 홍성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격려사에서 "역사적 의미와 임무를 되새기고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를 함께 살펴 나가기를 바란다"며 '4월 어머니회'의 탄생을 격려했다.

홍 회장은 "4.3으로 인한 여성 피해 사례를 정확히 찾아내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 낸다면 4.3의 역사적 진실규명과 더불어 '여성 인권보장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한층 진일보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4.3은 보편적 인간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인권유린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특히 이 상황에서 여성은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이날 창립한 4.3유족부녀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김태환 지사 등 "4.3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여성들"

김태환 제주지사는 이상복 부지사가 대독한 축사에서 "남편과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고된 노동으로 마을을 지키며 어린 자식을 키워낸 것도 우리들의 어머니였고, 그 자식들에게 4.3의 진실을 알음알음 전해준 것도 어머니였다"면서 "오늘 창립한 부녀회가 앞으로 4.3유족의 역할과 더불어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그랬듯이 4.3의 진실을 후세들에게 올곧게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하 의장도 "여러분은 부모를 잃고 또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을 먼저 보냈으면서도 슬픈 내색조차 못했다. 남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 했다"면서 "4.3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여성들인데, 오늘 부녀회의 힘찬 출발이 4.3 완전 해결의 소중한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립대회에서는 참가한 '사월 어머니회' 회원들의 '각오'를 다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4.3유족회가 추구하는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그리고 새로운 제주의 여성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