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감귤'의 기준은 무엇으로 잡아야 할까.

현재 '크기' 중심으로 출하되는 감귤 출하규정을 장기적으로는 '맛' 중심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근거로 한 '맛있는 감귤' 기준이 제시돼 눈길을 끈다.

제주대학교 고성보 교수(산업응용경제학과)는 12일 한국산업기술학회에 투고한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한 감귤의 객관적인 품질기준 설정' 논문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중심으로 한 품질기준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감귤의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품질기준을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제주 감귤의 품질 등급은 선과기를 이용한 크기에 따른 상품 구별과, 농.감협과 일부 영농 법인에서 비파괴 선과기를 이용해 선별되어진 감귤을 자체적인 브랜드에 준해 등급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그 등급 설정이 과학적.객관적이거나, 소비자의 선호도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편의에 위한 관행적 등급으로 판단되면서 새로운 판별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돼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 교수는 지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두차례에 걸쳐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4000여명을 대상으로 감귤품질과 관련한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은 꼭 신맛이 아주 적어야 맛이 좋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당도와 함께 적절한 산도가 있는, 즉 '당산비'가 높은 것이 맛이 좋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제주지역에서의 주요 감귤 브랜드별 품질기준에서는 당도는 10-12브릭스 이상, 산도는 1% 미만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소비자 선호도 조사에서는 산도가 반드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님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달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신맛이 있어야 한다(적절한 당산비)"는 응답자가 58.2%, "달아야 한다(당도)"는 응답자는 41.8%로 나타났다.

고 교수는 "소비자들의 감귤 품질 만족도를 살펴보면 꼭 높은 당도와 낮은 산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당산비를 요구하고 있다"며 "따라서 당도가 높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산도를 1%미만으로 낮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산도의 구간도를 다양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당도가 매우 높다면 산도가 1.2% 가량이 되더라도 '맛있는 감귤'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 지역내에 거점APC시설이 확대돼 가고 있어서 감귤 선별시, 광센서 선과기를 이용해 감귤의 내부 품질을 구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며 이를 통한 새로운 품질기준의 확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 교수는 "기존 품질 등급 기준을 변경하기가 당장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론하겠지만 결국 소비자의 선호도 요구에 맞추어 과감하게 바뀌어 나가지 않으면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과감한 정책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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