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별장은 지난 1957년 미군의 지원을 바탕으로 우리 공병대가 지은 콘크리트 건물 1채(면적 234.7㎡)로, 이대통령은 1957년과 1959년 2차례 숙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국가원수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이란 점에서 2004년 9월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됐지만 사람이 살지 않아 건물은 심하게 낡았다.

제주시는 지난해 학술용역을 추진한 결과, 별장 보수․보강과 기반시설 10억원, 기념관 조성과 공중화장실 등 기반시설 10억원 등 모두 2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구조안전진단 결과 D등급에 해당돼 건물보수를 가장 먼저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핵심은 제주시가 이곳에 이승만 기념관을 세우겠다고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인물에 대해 기념관을 세우겠다고 나설 땐 명확한 당위성이나 타당성이 전제돼야 한다.

원래 기념관이란 어떤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로서, 여러 가지 자료나 유품 따위를 진열해 두는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功過)과 행적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문제는 제주지역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관한 인식이다.

과연 기념관을 세울 정도로 제주지역에 뜻 깊은 일을 해서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도민들의 마음에 간직할 만한 인물이냐는 점이다.

물론 이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도민들도 있겠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돌아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게 현실이다.

특히 제주4.3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악연(?)을 갖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호감을 갖지 못하게 한다.

제주4·3위원회가 지난 2003년 확정한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는 4.3과 관련된 집단 인명피해와 관련해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최종 책임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무회의에서 가혹한 방법으로 탄압하도록 발언해 강경작전을 지시했다”

＃제주 땅에 이승만 기념관을 짓겠다는 말이 나오면 반대의 목소리가 클 것이란 건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제주4·3관련 관계자가 “4·3 당시 최고권력자의 기념관을 그것도 학살 현장인 제주 땅에 세운다는 것은 도민정서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건 예견된 결과다.

제주시가 기념관을 세우려는 게 이승만 대통령이 제주4.3대량학살의 최고책임자여서 이를 기리기 위해서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아니면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정치를 하다 4.19혁명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어서 이를 기리겠다는 건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이승만 별장의 정비와 활용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공무원은 이런 예견을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무시하며 밀어붙이는 건 지 납득할 수 없다.

추진관련 부서나 관계자는 사안자체가 논란이 불거질 게 예상된다면 여론수렴 절차는 거쳐야 했다.

제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승만 기념과 계획은 취소하고, 별장 정비․활용계획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의 역사인식과 업무추진이 한심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하주홍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