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국내 유일의 그림자 극단인 ‘영(影)’의 미술감독이면서 제주의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자 연극을 전하는 문화전파자이기도 하다.
“결혼 후 애를 키우면서 우리 애들을 위해 좀 더 다양한 걸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은 게 그림자 연극이었죠.”
그림자 연극에 뛰어든 건 그의 말처럼 순전히 애들 때문이었다. 미술활동도 하던 그는 그림자극에 쓰일 인형을 만들고, 그러면서 무대를 꾸미는 작업도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됐다. 제주에 둥지를 틀고 있으나 서울에 일이 있으면 ‘영’ 극단을 위해 바로 달려가는 ‘그림자’에 푹 빠진 감독이다.
대체 그림자극의 매력은 뭘까. 그를 그림자극으로 이끄는 건 바로 ‘상상’이란다.
“그림자극은 실루엣만 있어요. 다른 연극이야 모든 걸 보여주지만 그림자극은 말 그대로 그림자 뿐이잖아요. 관객들은 그림자를 보면서 상상을 하게 되죠.”
그
지난 9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달리도서관의 ‘달리 어린이 그림자극장’이 제주에서 첫 선을 보이는 그의 작품이다. 아니, 이 작품은 그의 작품이기보다는 그와 함께 하는 어린이들이 꾸미고 있다. 여기에 참가하고 있는 어린이들은 모두 15명이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여들었다.
“호응요? 물론 좋죠. 애들이 직접 극을 만드는 연출자가 되죠. 연극을 통해 어린이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창의력을 끌어내죠. ‘연극은 어떻게 하는 것이다’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애들끼리 소통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베트남과 몽골의 다문화 동화를 익힌 뒤 그 속의 주인공을 하나 둘 불러내 자신만의 그림자 인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9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그들의 작품을 내놓을 시간이 곧 다가온다. 오는 12월 5일 오후 6시 어린이들이 만든 그림자극이 세상에 첫 선을 보인다.
그림자에 빠지고 어린이에 빠진 나현정 감독. 그래서인지 어린이를 꼭 닮았다. 그는 어린이들처럼 동화 속에 푹 빠진 그림자극을 보러 오란다. 아울러 제주도에 이같은 공연문화가 좀 더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