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제주미래의 희망’- FTA 위기, 기회로 극복한다 <23> 김병수씨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이미 발효됐고, 한·중FTA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시장 개방화시대를 맞아 1차 산업엔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제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축인 감귤 등 농업 역시 위기감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FTA는 제주농업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일 뿐 결코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다. 제주엔 선진농업으로 성공한 농업인, 작지만 강한 농업인인 많은 강소농(强小農)이 건재하고 있다 감귤·키위·채소 등 여러 작목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꾸준한 도전과 실험정신, 연구·개발이 낳은 결과이다. FTA위기의 시대 제주 농업의 살 길은 무엇인가. 이들을 만나 위기극복의 지혜와 제주농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농가가 직접 유통에 관심을 갖고, 농가끼리 조직화가 필요해요. 마을별 영농조합법인이 만들어져야 하죠. 농가와 소비자들을 위해 유통단계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절실해요”
현재 구좌읍에서 복합영농을 통해 유기농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김병수씨(44).
30살 때부터 조천읍 신촌리에서 흙살림제주도연합회 사무국장, 한살림생활협동조합에서 하다 마을 사람들과 같이 할 일을 고민하다 평대리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게 7~8년이 됐다.
처음 밭농사를 시작하면서 당근·감자·마늘 3품목을 주로 재배했고, 한우 3마리로 시작한 소를 기르는 일은 이제 4년이 지났다.
현재 읍사무소 뒤 7필지에서 당근 3000평, 마늘 1000평을 재배하고 있다. 한우 27마리를 함께 비육하면서 조수입은 연간 4000만~5000만원 쯤 된다.
김 씨는 밭농사와 한우를 함께 키우면서 유기농 재배를 통해 우수한 경영과 기술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밭농사와 축산을 함께하게 된 건 순전히 토양지력을 키우기 위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처음부터 쇠똥을 통해 밭 땅의 힘(토양지력)을 키우기 위해 소를 키웠죠. 기르다보니 마리수가 늘어났어요. 쇠똥을 퇴비로 쓰고 있죠. 연간 15~20톤이 나오지만 4000평에 뿌리기엔 모자라요. 게다가 주위에도 나눠주다 보면 절반가량 부족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씨는 작물을 재배한 뒤 후작물로 헤어리베치·호밀·청보리 등 녹비작물을 재배를 통해 땅의 힘을 높이는 일을 실천하고 있다.
헤어리베치 등 밭갈이용 콩과식물은 토양에 질소를 보전하는 효과가 있어 유기물 거름 대용을 쓰고 있다.
김 씨는 유기액비와 각종 액비를 만들어 생육단계별로 뿌림으로써 철저한 밑거름 관리를 하고 있다. 밑거름이 넉넉해야 유기물이 풍부해져 영양결핍이 없는 영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말엔 당근, 9월엔 감자 파종준비를 하고 밑거름을 놓고 종자파종을 하는데 생육 중엔 영양제 등 웃거름을 주기엔 현재 자재나 노력으론 한계가 있죠”
관행재배를 하면 요소 등 화학비료를 뿌리면 효과가 있지만 유기재배에선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조성이 절대적이라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소 거름을 2~3년에 한 차례씩 뿌려주고 녹비작물을 키워 파종 한 달 전에 트랙터로 흙과 함께 섞어주고 있어요. 토양 안에서 삭히면서 거름이 돼 시간이 흐르면서 작물이 흡수하게 되죠, 그 다음 파종 10일전에 유기질비료를 조금 넣어주고 있죠”
유기농업을 하면서 병충해 때문에 겪는 어려움도 만만찮다. 병이 생기면 잡을 방법이 없어 초기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자재를 써야 한다.
“토양과 함께 사는 미생물재를 써야 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광합성세균· 유산균·바실러스균·효모 등 4가지를 무상으로 일정량 공급해주고 있어요. 생산발효액비에 쓰거나 발효된 액비를 영양제로 쓰는데 미생물제와 혼합해 엽면살포를 하죠”
김 씨는 구좌읍 평대리 5농가가 모여 만든 ‘혼디드렁영농조합법인’ 회원이기도 하다. 법인에선 생산물을 500g~1㎏ 소포장으로 출하하고 공동으로 선별·출하·정산을 한다.
“법인을 통해 남는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고, 생협과 함께 직접 품질관리를 함으로써 산지에서 불필요한 비품 등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이런 게 농가소득으로 연결되고 있죠”
작황에 따라 편차가 생기지만 농가마다 수입구조가 보이니까 해마다 생산계획을 세우기 쉽다는 게 법인을 통한 이점이라고 소개한다.
“농산물 유통단계가 복잡해 비용이 많이 들고, 중간상인들이 유통마진을 비용으로 갖고 가는 게 적잖다고 봐요, 소비자까지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유통라인과 방법을 찾아서 마련해야 해요”
농업현장에서 무 등 밭떼기 거래가 성행해 농가의 조수입이 낮은 게 걱정된다는 김 대표는 농가가 직접 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농가끼리 조직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걸 아쉬워한다.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도록 산지에서 농산물 원물의 선별·포장 등 품질관리를 체계화해야죠. 농가가 산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실천하다보면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같이 고민하고 산지에서 대응이 중요하다고 봐요. 소비지 확보와 생산비를 다운 시킬 수 있는 방법 찾은 게 중요하죠. 수입농산물 대부분 안정성이 문제죠. 수입안정성에 대항할 수 있는 소비자그룹이 많아져야 해요”
제주농업의 미래전망에 관해서 김 대표는 ‘희망적’이다.
“농촌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죠. 농가가 젊어져야 하고, ‘해보자’권유하고 있죠. 젊은 그룹이 하고자 한다면 가능할 것이에요. 물론 풀어야 할 과제도 많죠. 젊은이들의 선택 폭이 적어요. 이들이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는 기반마련이 절실해요”
당장 구좌읍지역은 관수시설 등 농업기반이 취약해 가뭄이면 물 댈 방법이 없어 첨단농업은 먼 얘기처럼 들린다는 김 씨는 행정적으로 기반 조성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기반이 마련된다면 특용작물 등 소비지 선호 작물을 적극 해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까워요. 풍년일 뗀 무 산지폐기, 흉년일 땐 외국산 수입 등을 하는 행정도 달라져야 해요”
김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들과 직접 관계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특히 영농조합법인을 지역으로 넓히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마을 농산물을 영농법인화해 같이 하고 싶어요.‘마을기업’처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평대리서 생산하는 물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모습이 오리라 기대해요. 학교와 마을이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관여하고 싶기도 해요.”
지역안에서 농가들과 조직을 꾸러 살아가고 있는 김 대표는 처음엔 막연함에서 연구·노력을 하다보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선후배를 만날 때 가장 편해요. 부담되지 않게 다가가고 즐겁게 살려고 해요”
<하주홍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