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주년 제주4.3사건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 위패봉안실에는 연보라색의 고운 두루마기를 입은 한 노년의 할머니가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수많은 이름들 사이에 있을 한 사람의 이름을 찾고 있었다.
"구좌읍 월정리 김주현...김주현..."
김두산(70.제주시 아라동)씨. 탐라민속보존회 소속으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고 했다.
긴 세월의 탓인지 보임직한 이름도 흐려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니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이었다.
"살아있었으면 올해 76세가 됐겠지? 나랑 7살차이니까... 우리 오빠야. 참 영리하고 든든한 버팀목이었지. 그때 우리 오누이에겐 부모님이 안계셨거든. 갈테면 같이 가지..."
목이 매이더니 어느새 굵은 눈물방울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가슴이 아파서 직접 찾아오는 것은 피했다고 했다. 대신 자녀들을 통해 몇 번 찾아가서 인사드리라고 전해줬단다.
"학교를 갔다오는데 느닷없이 오빠는 내게 집 뒷마당에 숨겨 놓은 콩을 가져오라는거야? 그래서 그걸 가지러 간 사이 오빠는 총살을 당했지. 오빠 잃고 홀홀단신으로 살아온 그동안의 세월을 어떻게 잊어..."
이날 위패봉안실에는 작은 등가방에 담아온 감귤과 소주 한 병을 꺼내놓으면서 4.3당시 희생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유족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살아남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히 기억할 그 이름 세 글자 부르며 가슴 한 켠을 쓸어내는 일 뿐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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