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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 부지사들의 잇따른 '돌발'
특별자치도 부지사들의 잇따른 '돌발'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5.17 09: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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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장] '거침없는 표현'이 초래하는 사회혼란
지난 14일 김한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가 '서울상경'하는 것을 언론 동정보도까지 내도록 하면서 자신의 일정을 속이며, 간부공무원들을 진두지휘해 여론조사 '기습발표작전'을 감행한데 이어 '도의회 악화여론 무마작업'을 작위적으로 추진하는데 최선봉에 서 구설수에 올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유덕상 환경부지사가 거침없이 내뱉는 표현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두 부지사의 최근 일련의 행태는 그야말로 도민을 안하무인격으로 보는 오만함에 다름없다.

더욱이 16일 한 라디오방송 대담프로에 출연해 유덕상 부지사가 쏟아낸 말에는 단순한 '흥분' 차원이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가 해군기지 정책결정에 견지해왔던 기조를 뒤엎는 부분이 들어 있어 유 부지사의 명확한 해명 및 자기반성이 촉구된다.

유덕상 부지사의 말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보더라도 고위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책임성이 실종된 듯 하다.

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방송 대담에서 어떻게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라며 버럭 흥분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그런 표현을 쓰면서라도 흥분해야 할 대목이었는지, 당시 대담분위기를 몇번 살펴봐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 부지사의 '생각'이 절대적 대안인가

"장난하는 겁니까"라는 지나친 표현은 진행자가 여론조사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1개 여론조사가 아닌 2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했어야 하지 않았나'고 묻는 대목에서 나왔다.

이 물음이 그렇게 흥분할 일이었을까. 여론조사기관을 복수로 선정해 의뢰하는 것이 신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꼭 "장난치는 것"으로 매도당해야 할 무책임한 질문이었을까.
그것도 하나의 방안은 될 수 있으나 최선은 아니다라고 돌려서 말할 수는 없었을까. 우리나라 정치사를 돌아보고, 주요 행정정책 결정과정에서 2개 여론조사를 선정해 실시해본 사례는 많지 않은가. 실례로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도 그러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유 부지사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아니지 않느냐. 여론조사라는게 실용적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지, 이것이 무엇을 실험하기 위해 이것도 돌려보고 저것도 돌려보는 것 아니지 않느냐"며 사회조사방법론의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회조사 혹은 사회과학은 수많은 가능성과 변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 접근해야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유 부지사가 말하는 것처럼 '단일기관 의뢰방법'이 최선의 안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주도가 찬성단체였나...'제주도가 불리한 상황에서...'의 의미는?

두번째, 유덕상 부지사가 행한 발언 중 '제주도가 불리한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애초 김태환 제주지사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TV토론회를 전후해 2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지사는 "해군기지를 하겠다, 말겠다가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민의견에 따라 정책결정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유 부지사는 두번의 여론조사가 짧은 기간에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찬성과 반대 프로테이지가 크게 변화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폭로전'을 언급했다.

즉, 군사기지 반대대책위에서 2차 여론조사 실시 직전에 공군전투설과 양해각서설이 불거져 나왔는데, 이러한 폭로전 때문에 영향 미친 것 같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유 부지사는 "폭로전과 같이 의혹을 제기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의혹해소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한 것"이라고" 말한 후,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입장에서 참 억울한 것이다. 그냥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 것이다"라며 제주도 입장은 마치 '찬성'이었고 해군기지 유치를 전제로 한 여론조사라는 점을 밝혔다.

애초 제주도의 정책결정 방법기조를 놓고 볼때에는 '제주도 입장에서 억울한 것'이 아니라 '찬성측 입장에서'가 억울한 것이 정확한 표현이고, '그냥 불리한 상황에서도 한 것'이라는 말 또한 분명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순수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민의로 받아들이고 정책결정을 하려 했을지 모르지만, 유덕상 부지사는 '찬성' 또는 '유치'를 전제로 해 정책을 펴 왔음이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해군기지 여론조사의 일방적 발표와 관련해, 김한욱 부지사는 간부공무원을 동원한 '작위적 여론무마'에 나서고, 유덕상 부지사는 이러한 자가당착적인 사고에 빠져 있기에 여론조사 발표 후에도 제주사회가 여전히 안정되지 못하고 요동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 부지사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에, 도청 일부 간부공무원들은 '여론조사 결과 기습발표'를 두고 마치 '개선장군'처럼 위세를 떨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 부지사는 직분에 맞게 자중하고, 좀더 냉철해져야 한다.


역사 앞에서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그 엄정함에
자세를 가다듬곤 합니다

역사 앞에서는 그 사람(집단)의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합니다

일제하에서 친일을 하다가 뉘우치고
독립운동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한평생을 독립운동에 몸바치다가
막바지에 친일한 사람은 영영 용서받을 길이 없습니다

역사는 무서운 것입니다
당신의 사정이 어떠하든
역사는 우리의 죽음 이후까지를 시퍼렇게 기록합니다
오늘 현실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함부로 살지 마십시오
오늘 현실 패배자가 되었다고 함부로 걷지 마십시오

역사는 무서운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다 죽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처음이 나중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이 처음을 결정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시인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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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으신 말씀 2007-05-17 09:38:56
중심을 잡아야 할 사람들이 기우뚱 하고 있으니...아마 그들은 스스로 무슨말을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을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