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단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쌀, 의류 등을 수집,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사랑의 나눔을 전개해 따뜻한 봉사정신을 구현, 주위의 고마움을 사고 있다"
팩스나 메일로 보내져 오는 각 지역단체들의 선행 홍보자료가 매일 쏟아진다.
이들의 선행과 그들이 베푸는 나눔은 중량을 떠나 받는 어려운 이웃들이 생활고를 극복하는데 '소금과 빛'의 역할이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러나 이런 선행과 봉사활동들이 '실적평가' 등에 기본평가 자료가 되면서 '진정한 봉사'라기 보다는 '체면치레'나 '생색내기'로 '급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자는 며칠 전 한 단체의 이웃돕기 활동에 대한 홍보요청 자료 게재를 고민한 적이 있다. 결국 게재는 하지 않았다.
홍보요청 자료가 거짓이었던 것도 아니고, 가치가 없다고 느껴졌던 것도 아니다. 다만 동봉된 사진을 보면서 차마 그들의 선행을 홍보하기 위해 수혜자의 초라한 모습을 함께 게재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게재를 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수혜자는 독거노인인 듯 했다. 집안일도 하지 못한 채 왠 종일 누워 지내는 듯한 노쇠한 한 할머니와 침구정리도 되지 않은 방에서 생필품을 전달한 단체 관계자 2명은 자신 있게 늠름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들이 전달한 쌀 한 포대와 함께.
사진 속 할머니는 사진을 함께 찍은 다른 두 사람과는 달리 카메라 렌즈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선을 피했다는 게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
수혜자 입장에서는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 주는 그들에 대한 성의에 함께 사진을 찍자는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을 법하다.
수혜자의 초라함이 적나라한 사진은 '우리 선행 베풀었습니다'를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는 아니었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 사진과 함께 제시된 선행실적은 상관기관으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을 지 몰라도, 혹은 자신의 소중한 시간, 돈, 마음을 나눈 봉사가 그들 스스로에게 당당해지는 계기가 됐을 지 몰라도 상대방에게는 큰 불편함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선행은 겉으로 나타나지도 않으며 소리도 나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는 건강한 기쁨과 행복만이 있을 뿐이다.
왜 자신의 소중한 시간, 돈, 마음을 나누고자 했는지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