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전남 완도를 잇는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위해 제주도와 전라남도가 지난 5일 대정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면서 이제 제주사회 또하나의 '공론'의 대상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오는 2025년 제주광역도시계획을 확정하면서 새로운 연륙교통수단으로 해저터널 건설을 예시하자 최근 전라남도에서도 이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해저터널 건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게 됐다.
해저터널은 건설 구상계획은 제주시∼추자도∼전남 완도군 보길도∼노화도∼완도를 잇는 109km를 연결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터널이 완공되면 배로 3시간 반 정도 걸리던 이동 시간이 1시간대로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추자도∼보길도 거리는 73km, 보길도∼노화도∼완도 거리는 36km 등 모두 109km로써 사업비는 최소 14조∼최대 20조, 대략적으로 18조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매년 항공요금과 좌석난의 문제를 다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에 의존한 육지와의 물류 수송 등이 한층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전라남도 입장에서는 해저터널이 서남해안 관광레저기업도시 조성사업(J프로젝트)과 해양관광 개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와 전라남도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과 근접해 있는 제주도와 전라남도가 한. 중. 일 관광메카로의 도약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해저터널 건설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해저터널에 필요한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는 물론 어떻게 국가사업으로 이끌어내는지, 사업의 타당성은 있는지 등이 그렇다. 이러한 과제해결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장밋빛 비전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자체의 힘만으론 천문학적인 공사비와 기술적 문제 등 난제가 도처에 깔려 있다. 때문에 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국가의 반영 여부와 대선 주자들의 공약 수용 여부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해저터널 건설 예상 공사비 18조 원이다. 그리고 바다 밑을 파고 터널을 만드는 기술력 확보도 관건이다. 지난 2002년 한반도와 일본열도간 200㎞를 잇는 '꿈의 해저터널'이 구상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된 것과 같은 이유다.
당시 한·일 해저터널은 공사기간만 15년, 총 공사비는 대략 90조원으로 추정됐었다.
이에 대해 제주도와 전남은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정부의 10대 중점추진 프로젝트에 해저터널 사업을 포함해 실용화 여부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로 선정해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범여권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에게도 해저터널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추진해 줄 것을 건의하면서 국가계획 반영을 위한 사전 포석에 들어갔다.
김태환 지사와 박준영 지사는 5일 공동 건의문을 채택하는 자리에서 "현재만 보면 (해저터널 건설)타당성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해저터널 건설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보면 엄청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당장의 타당성 보다도 먼 미래를 보면 해저터널 타당성은 충분히 경제적으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저터널 건설이 단순한 장밋빛 비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해저터널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등의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와는 별도로, 해저터널 문제가 급부상하면서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도민공론화를 통해 제주의 주요 아젠다로 부각시켜야 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처분'에 의존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이고 있다.
이는 이 문제가 잘되면 말 그대로 제주발전의 신기원을 이루는 '대혁명'이 될 터이지만, 그렇지 않고 기대만 잔뜩 했다가 이의 사업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정부가 '장기적 검토과제'로 차일피일 미뤄버린다면 제주 입장에서는 '역량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칫 산적한 현안도 많은 제주가, 현실성이 약한 이 문제로 시간적.경제적, 그리고 도민역량에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설령 전남과 제주가 이 문제에 대해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고는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해 도민역량을 모아 강하게 정부를 압박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정부의 답변을 지켜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한 학계 인사는 "제주사회에서 논의해야 할 아젠다가 많은데, '해저터널'이란 아젠다는 해군기지 문제만큼이나 다른 현안을 희석화시킬 소지가 큰 위력을 가진 아젠다라고 할 수 있다"며 "가령 도민사회에 해저터널이란 아젠다를 형성해 해저터널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제주로서는 더 없는 이익이겠지만, 정부에서 '퇴짜'를 놓거나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최종 판명할 경우 결국 그 손실은 그대로 제주도가 되돌려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현실성이 강하든, 약하든 그동안 수면아래에서 제기되어 오던 해저터널 프로젝트는 이제 '공론'의 장으로 나서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가 단순 '건의문' 한장이 아니라 이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향후 대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질문을 줬으니까 할 일은 다 했다는 듯, '정부의 답변'만 기다려서는 안된다. 이점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상식 기자 / 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