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되는 지역성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필요”
“강요되는 지역성보다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0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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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역을 말하다] <4> 대구 지역 건축가와의 만남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12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인터뷰] ADF건축 김홍근 대표이사

“시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 그대로’ 통용돼야”

‘제주 교류전’에 시민들 적극적 참여 중요성 강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더운 대구는 ‘대프리카’로 불리는 색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정책을 들라면 도심숲 조성이다. 수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건 물론, 더위를 이기는 갖가지 정책을 발표하고 실행한다. 건물도 마찬가지이다. 더위를 이기려는 정책들이 건물에도 투영된다.

대구 현지에서 건축가로 살고 있는 이들은 대구를 어떻게 바라볼까. ADF건축 김홍근 대표이사를 만났다. 그는 지난 1996년부터 여러 건축가들과 함께 사무소를 운영하다가 밀레니엄 이후 ADF라는 이름을 달고 독립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간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집안 자체가 건축 관련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왜 대구를 선택했을까.

“출신은 경주죠. 자연스럽게 건축을 접했는데, 왜 ‘대구냐’고 묻는다면, 다른 지역으로 폭넓게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솔직하고 자연스럽겠죠.”

대구에서 활동하는 ADF건축 김홍근 대표이사. 미디어제주
대구에서 활동하는 ADF건축 김홍근 대표이사. 미디어제주

솔직 담백하게 말한다. 대구를 선택한 이유는 ‘지역’이라는 특별함보다는 같은 정서를 지닌 지역이라는 ‘익숙함’이 그를 대구에 안착하게 만들었다. 건축은 늘 지역성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건축가 김홍근이 느끼는 건축의 지역성은 뭘까. 그는 초창기 설계 이야기부터 꺼냈다.

“건축사보로 처음 설계를 접했어요. 포스코엔지니어링에 있으면서 전국에 있는 아파트 조사를 했죠. 서울, 분당, 일산, 부산, 대구, 광주 지역 등을 돌아봤는데 여러 도시의 풍경을 비교해서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저는 찾을 수가 없어요. 솔직히요.”

어쩌면 개개의 도시는 색깔을 지니지 않는, 혹은 색깔을 지니지 못하는 환경에 접해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산과 들이 특별하게 다른 이유도 없고, 다른 지역과 서로 다른 점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어서란다.

“제주도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기후라든지 날씨가 특수하지만 다른 지역은 지역성을 특별히 한정짓는 건 어려워요.”

그는 말한다. 제주나 부산, 목포 등의 지역은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지역성을 말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한다. 겨울철 혹한에다 눈이 많이 오는 강원도 역시 지역성을 이야기하기는 쉽다. 그렇지 않은 지역은 비슷한 여건이기에 지역성으로 한정을 짓는 행위가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건축 행위를 할 때 합리적인 잣대로 뭔가를 찾으려고 해야 해요. 세계 지도를 펴놓으면 다른 요소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는 스펙트럼이 아주 좁은 상태에서 건축의 지역성을 찾는다는 건 좀 넌센스가 아닌가 생각해요.”

대구는 동성로의 핫한 거리를 떠올리게 만들고, 나름의 특성을 지니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지역성’으로 한정을 짓는 건 어려운 논의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비슷비슷한 게 많이 생겨요.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이 지어요.”

지역의 특성을 논하기 이전에 이 도시, 저 도시의 풍광이 같아진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이나 대구나 다를 게 없고, 그런 영향은 제주에까지 미친다. 우리나라를 ‘아파트 공화국’으로 부르듯, 똑같은 상품이 전국에 진열되곤 한다. 이런 현상을 깨는 방법은 없나? 그는 건축가의 몫도 중요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더 중요함을 말한다.

“땅이 갖는 어떤 특성들이 건축의 지역색을 강하게 만들 듯, 좋은 건축물이 많아지면 좋은 건축가들이 배출될 수밖에 없고, 좋은 건축가가 많이 배출되면 좋은 건축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럼 누가 해야 하느냐? 건축가의 노력은 기본 전제로 하면서 결국은 시민의식이라고 봐요.”

그는 시민의식과 아울러 행정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구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니 전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김광석거리’도 위기란다. 재개발의 위협이 스멀스멀 침투하기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에 가면 단게 겐조(1913~2005)가 했던 작업들이 신축 건물과 잘 어우러지고 관리가 아주 멋지게 잘 되고 있어요. 우리도 근대적인 건축물을 충분히 맛보고 느낄 수 있는데도 불안불안하거든요.”

김광석거리도 그렇고, 현재 대구시청 별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옛 경북도청 청사도 언제 사라질지 모를 환경이란다. 그런 자산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 보존’으로는 안된다고 말한다.

건축가 김홍근은 삶에 근거를 둔 건축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건축가 김홍근은 삶에 근거를 둔 건축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제주

“대구에도 근대거리가 있는데, 단순히 그냥 보존의 차원을 넘어서야 하죠. 우리가 생활하는 방식으로, 우리 시민들이 실제 살아가는 삶의 모습 그대로 통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오래된 것을 박제 수준으로 간다면 결국은 똑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똑같은 길’이란 ‘사라지는 길’을 말한다.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살아남는 건축’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연 ‘살아남는 건축’은 뭘까.

“강요되는 지역성보다는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용하는 공간이 되어야 해요. 플렉시빌리티(flexibility), 즉 가변성도 필요합니다.”

그는 시민과 함께하는 건축, 삶이 보장되는 건축을 강조한다. 12월 11일부터 제주에서 열리는 6대 광역시 교류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단다. 실제 그는 10년 전 대구 지역 건축대전을 맡을 때, 반월동지하상가 메트로광장에서 2년간 행사를 치른 경험이 있다. 그는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 건축가들의 작품을 드러내고 이야기했다. 밤 9시까지 시민들과 함께한 경험은 그에게 무척 컸다. 건축은 건축가들끼리가 아닌, 시민들과 호흡해야 하는 일임을 그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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