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 기억의 독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기억의 독서
  • 미디어제주
  • 승인 2022.01.27 10: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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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의 독서 칼럼] <5>

# 어릴 때의 기억이 나를 만든다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어렸을 때의 기억, 즉 초기 기억은 어른이 된 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때의 상황을 어떤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그 감정을 들여다보면 성향과 삶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안 좋은 기억, 또는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기억의 영향에서 부정적인 감정들에 놓여있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왜 그런 태도를 취할까? 라고 반문해 보면 선명한 어린 시절 기억의 잔상들의 영향력에 놓여있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그만큼 초기 기억이 갖는 영향력은 많은 부분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기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 기억만큼 선명하게 내 삶에 끼어들지 않더라도 많은 부분 감정과 정서에 반영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여류 작가가 소설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다. 작가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글쓰기는 어릴 적 탐독했던 문학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문학작품을 읽으며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소설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이유가 되었다고 한다. 그 시절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많은 부분 자신의 삶에 녹아들었고,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었단다. 일명 세계명작동화로 칭하는 스테디셀러를 읽으며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그때의 감정과 사고가 자신의 일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한 명작동화를 읽었던 게 감수성과 사물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떠오르는 책에 대한 기억은 초등학교 3~4학년 때쯤 당시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판매했던 월부책 구매에 따른 구독이었다. ㄱ출판사에서 나온 세계 위인전 시리즈였다. 수십 권에 달하는 그 책들을 심심할 때마다 틈틈이 읽었는데, 이야기 세계에 빠져들며 위인들의 끈질긴 노력과 인내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책 속의 그들은 위인이었고, 비범했다. 그래서 지극히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였고, 우리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기도 했다. 어떤 면에서는 경외와 감탄의 대상이기도 하다. 지금도 그때 읽었던 링컨, 에디슨, 퀴리 부인 등의 위인들에 대한 기억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놀랍게도 책에서 보았던 장면과 문구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그 문구들이 내 성향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링컨이 노예해방과 관련된 연설문 중의 일부였던 것 같다. “항의하는 것이 당신의 의무일 때 침묵을 지킴은 일종의 죄악이다.” 이 말은 두고두고 내 삶에 많은 부분 내적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잘못된 상황이나 문제를 접할 때 ‘그게 잘못되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객기가 동반된 감정이었는데 사춘기에는 그 문구 때문에 반친구들을 상대로 문제의 부당함에 맞섰던 경험도 있다. 책 속의 작은 문구 하나가 두고두고 내 선택에 많은 부분을 쓸데없는(?) 참견의 길로 인도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다면 그때 위인전이 아닌 문학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점이다. 좀 더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비판적인 태도보다는 감성적으로 따뜻하게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훨씬 내게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다. 물론 글을 쓸 때도 좀 더 문학적인 표현을 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 기억 속의 이야기로 세상을 보다

위인전을 탐독하며 사고를 했던 이전에 내게도 책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접할 기회는 있었다. 추운 겨울 도란도란 둘러앉은 아랫목에서 혹은, 더운 여름 별들이 쏟아지는 마당에 두런두런 모여앉아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심청전이나 콩쥐 팥쥐 같은 전래동화들이 뒤죽박죽되어 기억나지만, 그때 가졌던 감정과 느낌만은 선명하게 기억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인공들의 눈물겨운 삶의 이야기, 그리고 고생 끝에 행복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덕분에 진실과 선함에 대한 의지를 다져보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가 우리에게 들려줬던 이야기들 중에 신의 한 수는 늘 결론이었다. 주인공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겹게 견뎌냈다. 지금 우리는 너무나 행복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식이다. 그래서 내 감정과 사고는 늘 ‘지금의 편안하고 따뜻한 환경이 너무 행복한 거다.’로 결론지어졌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시각은 늘 안락하고 행복한 조건에서 살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가졌던 안도감이 스스로 행복한 조건에서 살고 있다는 만족감을 갖게 했고, 오래도록 현실의 나에 대해 흡족한 감정을 품었던 것 같다.

같은 풍경을 접하더라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남들이 놓쳐버리기 쉬운 순간의 감정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또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느낌들에 대해 그만큼의 여유를 갖고 충분히 만끽한다. 얼핏 사소해 보이는 차이지만 삶에서 누리는 감정에서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그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삶을 풍요롭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행복한 감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케빈 리먼은 『나를 발견하는 여행』에서 인간의 두뇌는 감정을 매개로 장기적 기억을 저장하고, 반복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정보를 얻었을 때 장기 기억에 저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국은 정서적 공감대를 불러왔던 사건이나 스토리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고, 성향과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기억되는 이야기 속의 정서와 감정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어린 시절 감동적인 책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같은 시기를 지나오면서 어떤 장르의 책을 취사선택하는지에 따라 내가 보는 세상의 창은 다른 풍경으로 보일 것이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 위한 통로의 책읽기보다 다양한 감정의 경험과 따뜻한 시각을 갖게 해주는 방법으로서의 책읽기는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지고 소중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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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t star 2022-01-28 10:20:04
어릴적 기억이 현재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어린시절 저에게 책은 억지로 읽어야하는 숙제같았고,고등학교때도 시, 문학들도 문제를 풀기위해 억지로 읽고 머리로 이해해야하는 것들이었기에 책에대한 반감이 컸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게됬고, 주변 사람에게 '이 책 재밌더라 읽어봐~' 라고 권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책은 좋은거야 읽어' 라고 하기보다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