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정 재판으로 죄인 된 제주4.3희생자, "재심 사유 인정"
미군정 재판으로 죄인 된 제주4.3희생자, "재심 사유 인정"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2.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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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청구된 30건 재심 사례 중 29건 재심 개시 결정
미군정 재판으로 유죄 판결 받은 피고인, 재심 사유 인정받아
제주 4.3 피해자 및 유족 등 30여명이 청구한 재심 사건의&nbsp;개시가 또 한차례 미뤄졌다.<br>
제주 4.3 피해자 및 유족 등 34명이 청구한 재심 사건이 본격 개시된다. 청구된 사건은 30건. 이중 29건이 재심 대상에 포함됐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故 이경천 어르신을 포함, 총 34명(30건)의 4.3피해자 및 유족이 청구한 재심이 본격 개시된다. 다만 재심청구된 30건 사례 중, 재심이 결정된 것은 29건이며, 1건은 청구가 기각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5일 “29건의 재심대상 판결에 대해 재심을 각 개시한다”는 사실과 “1건의 재심청구를 기각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우선 재심청구가 기각된 이는 피고인 A씨다. 재판부는 A씨가 4.3 당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없다는 사실을 들며, 재심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1950년 1월 22일 광주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당시 광주지방법원은 A씨 사망을 이유로, 그의 혐의에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시간이 흘러 오늘날, A씨의 가족(딸)이 재심을 청구하게 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재심청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가 재심청구 대상요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신고받은 사람이나 그와 같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미군정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B씨에 대한 재심사유는 인정됐다.

B씨는 1947년 4월 12일 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가 설치한 육군점령재판소(이하 ‘미군정’)에서 포고제2호 위반으로 징역 8개월과 벌금 5000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B씨가 억울하게, ‘죄 없이 죄인이 된’ 시점이다.

이에 B씨와 관련, 오늘날 중요한 의문 하나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다. “미군정이, 미군법에 의해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인데, 이를 대한민국 법원이 재심의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쟁점이다.

B씨가 재심청구 대상이 된다면, 또다른 미군정 재판에 따른 제주4.3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보다 수월하게 될 수 있을 전망이다. B씨에 대한 재심 개시 및 과정이 판례로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날 재판부는 B씨에 대해 “재심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군정청의 포고나 법령은 어디까지나 점령군의 안전과 공공질서 유지를 위한 국내법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순전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국법의 적용과는 사안의 결이 다른 점”을 재심 개시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으로 4.3 당시 미군법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또다른 4.3희생자들의 재심 청구 역시 법원에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29건 재심청구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개시 결정 소식에 4.3도민연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4.3도민연대는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합중국육군재판부가 진행한 제주4.3 당시 일반재판에 대해, 대한민국 제주지방법원에서 재심재판이 열리게 되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국가임을 당당하게 입증해 주신 제주지방법원 재판부에 무한히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라는 감회를 전했다.

또 4.3도민연대는 “오늘의 개시 결정은 오로지 대한민국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역사적 소명의 결단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에 감사 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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