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6-18 17:43 (화)
“아이들이랑 협업으로 숲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이랑 협업으로 숲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2.21 09: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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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학교 공간을 찾아] <8> 한림초등학교

“상상이 만드는 놀이는 즐거운 규범이다”

학생 동아리 꾸려 학교공간 바꾸기 참여

유치원 벽은 무대, 둔덕은 객석으로 변모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속도의 사상가’로 알려진 폴 비릴리오는 놀이를 ‘쾌감’이라고 했다. 그는 저서 <소멸의 미학>을 통해 “누구나 태어나자마자 마주하는 놀이는 단순한 것도 시시하지 않다. 놀이의 도구, 놀이의 규칙, 놀이가 만들어 내는 상황들이 가하는 제약이나 규범 자체는 아이들에게 억압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쾌감을 불러일으켜서 놀이에 푹 빠지게 만든다. 선 긋기 놀이, 기호 놀이, 숫자 놀이, 조약돌 놀이, 구슬 놀이들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상력의 세계’와 관련, “어린아이들의 세계로 회귀하려는 성숙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초록빛 낙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폴 비릴리오의 말을 빌리면 상상력은 어린이의 것이며, 그런 상상들이 만드는 놀이는 즐거운 규범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인 셈이다. 어찌 보면 놀이는 창의이면서, 어른들도 놀이를 통해 어린아이로 회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 어린이는 상상력이 풍부할까. 그건 어른처럼 고정된 틀에 갇혀 있지 않아서다. 마음대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겨내는 어린이들. 거기서 새로운 사고가 싹튼다. 그런 걸 만들어주는 게 바로 ‘놀이’이다. 그런 면에서 놀이는 과학인 셈이다.

한림초등학교 '숲 공유 놀이터'. 미디어제주
한림초등학교 '숲 공유 놀이터'. ⓒ미디어제주

한림초등학교는 지난 2021년 학교공간혁신사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놀 공간을 선사했다. 바뀐 공간은 한림초 북쪽에 있는 숲으로, ‘숲 공유 놀이터’로 변신했다. 한림초의 역사와 함께한 이 공간은 북쪽에 위치해 있어 공간을 혁신하기 전에는 활용도가 다소 떨어졌다. 대신에 도로와 맞닿은 곳이어서 주민들과 공유를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장소였다. 어떻게 바꾸면 좋았을까. 그건 ‘협업’에 있었다. 학교공간을 바꾸는 임무를 맡은 건축가(촉진자)와 학생들간의 교감이 무척 중요했다. 한림초는 당시 6학년을 대상으로 동아리를 모집, 학생들이 학교공간을 바꾸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촉진자 역할을 맡은 건축가와 동아리를 꾸려 참여한 학생들은 자주 만나며 학교 공간을 탐색했다. 학교 내에서 어떤 공간을 바꿀 지에 대한 합의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간 탐색은 학생들에게 ‘건축과 공간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건축과 공간을 이해해 본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공간혁신대상지로 정해진 ‘숲 공유 놀이터’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간혁신 대상지로 꼽힌 숲을 바꾸는 일은 그야말로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으로 다가왔다.

한림초 학교 숲은 나이를 먹은 팽나무, 멀구슬나무, 소나무 등이 아이들을 맞는다. 겨울철 그 나무들은 나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여름철은 수많은 가지에서 나온 잎이 펼쳐지며 뜨거운 햇볕을 막아준다. 다만 아이들은 평상시엔 잘 가지 않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자주 들를 수 있는 장치를 만드는 게 필요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어떤 놀이를 꿈꿨을까. 미로, 테트리스 공간, 미끄럼틀, 의자, 그네, 방방장, 비밀공간, 해먹, 미니 놀이터, 미니 수족관, 누구나 쉴 수 있는 평상,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원, 정자, 벌집 휴식공간 등이 아이들이 펼쳐놓은 공간이다. 아이들의 상상에서 나온 공간을 키워드로 풀어보면 자연, 놀이, 휴식 등이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상상은 상당수가 현실로 이뤄졌다.

커다란 팽나무 주변은 나무데크를 두른 ‘트리하우스’를 만들었다. 계단으로 트리하우스로 이동할 수도 있고, 경사로를 힘으로 오를 수도 있다. 트리하우스는 평상처럼 넓기에 아이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공간 역할도 한다.

팽나무 북쪽은 로프와 밧줄을 이용한 다양한 놀이를 즐기게 만들었다. 통나무 건너기 놀이도 하고, 로프를 붙잡고 균형잡이 놀이도 가능하다.

한림초 '숲 공유 놀이터'에 마련된 무대. 미디어제주
한림초 '숲 공유 놀이터'에 마련된 무대. ⓒ미디어제주

여기엔 멋진 무대도 있다. 유치원 건물의 벽면을 활용, 무대로 꾸몄다. 유치원 벽은 무대가 되고, 반대편의 둔덕은 객석이 된다. 둔덕은 하늘로 쭉 뻗은 소나무와 멀구슬이 달랑달랑 달린 멀구슬나무를 배경 삼아 멋진 콘서트가 펼쳐지곤 한다.

둔덕은 특히 아이들에겐 신나는 놀잇감이다. 계단 등의 아무런 장치도 없는 둔덕은 멋진 놀이공간이 된다. 오르고 내리는 즐거움은 아이들만 아는 놀잇감이다. 그래서인지 잔디를 입혔던 둔덕은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이 수많은 시간동안 오르락내리락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곧 3월이 온다. ‘숲 공유 놀이터’는 벌써 설렌다. 새학기에 만날 아이들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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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3-02-21 21:28:02
생각만해도 좋네요~~자연의 숨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노는 아이들의 상상력은 더 빛을 발할 겁니다!

김성준 2023-02-21 11:09:20
아이들의 상상력이 풍부한 이유가 틀에 박혀 있지 않다는 말이 정말 공감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