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6:35 (화)
보증금제 따라 수거된 일회용컵, 재활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증금제 따라 수거된 일회용컵, 재활용까지는 갈 길이 멀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6.08 11:1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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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재활용 살펴보기①] 보증금제 시행 6개월, 수거된 양 많지 않아
재활용 업체, 처리하려고 해도 수익성 떨어져 ... 수거부터 잘 이뤄져야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따라 수거된 일회용컵들이 제주도내 처리업체인 '대한실업'의 작업장 안에 보여 재질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따라 수거된 일회용컵들이 제주도내 처리업체인 '대한실업'의 작업장 안에 보여 재질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도내에 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에서 한 손님이 커피를 주문한다. 손님은 주문을 하면서 커피를 받아들고 바로 이동을 할 생각으로 “테이크아웃이에요”라고 말한다. 카페 점원은 커피를 내리곤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커피를 담아 손님에게 건내준다. 점원이 건내준 컵에는 작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바코드 라벨이 붙어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위한 바코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전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커피 및 음료·제과제빵·페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 300원의 추가 비용을 내게 하는 제도다. 사용한 일회용컵을 매장 혹은 공공장소에 비치된 반납기를 통해 반납할 경우 지불한 추가 비용을 돌려준다.

환경부는 당초 이 제도를 지난해 6월 전국적으로 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카페 업주 등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시행시기를 늦췄고, 시행 규모 역시 전국이 아닌 제주와 세종에서 우선시행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와 세종에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주에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카페는 모두 362곳으로, 제주도내 전체 카페의 약 11% 정도를 차지한다. 제주도내에서 이처럼 적은 수의 카페에서만 시행되다보니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카페 일부에서 형평성 문제를 들며 반발이 나왔고, 도내 환경단체 등에서도 보다 전면적인 제도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모인 ‘컵가디언즈’가 제주도내 제도 적용 카페 362곳 중 37.6%에 해당하는 136곳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선 결과 보증금제 라벨이 붙어 있는 경우는 절반이 조금 넘는 75곳이었다. 나머지 61곳은 라벨이 붙어 있지 않았다. 이외에 일회용컵의 반납을 받지 않는 매장도 상당했다. 모니터링 매장의 42%에 해당하는 56곳에서 일회용컵의 반납을 받지 않았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적용을 받는 일회용컵들이 쌓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적용을 받는 일회용컵들이 쌓여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반납되지 않고 버려지는 일회용컵의 양도 많다. 환경운동연합과 컵가디언즈 등이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제주도내 해안가에서 수거활동을 펼친 결과 모두 689개의 일회용컵을 주었으며, 이 중 보증금제 적용을 받는 매장의 일회용컵이 절반을 넘는 368개였다.

영향은 어느 한 곳에만 미치지는 않는 법이다.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고, 반납되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일회용컵의 양이 상당한 상황은 일회용컵 반납 이후 재활용 처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제주의 환경을 지키고 기후위기 상황에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하기 위해 도내 다양한 단체들이 모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회는 지난 7일 일회용컵의 반납 이후 재활용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제주도내에서 수거된 일회용컵이 처리하는 업체인 ‘대한실업’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 <미디어제주>도 함께 했다.

일회용컵 처리 업체 방문에 앞서 일회용컵이 어떻게 반납되는지에 대한 견학도 이뤄졌다. 일회용컵 중 라벨이 붙어 있는 컵은 제도의 적용을 받는 카페 등의 매장에 설치된 반납기나, 그 외에 제주도내 재활용도움센터 및 주민센터 등에 설치된 94개의 반납기를 통해 반납할 수 있다. 라벨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반납기에 인식시키고 나면 스마트폰 등에 설치한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고, 이 300원을 또 자신의 계좌로 옮길 수 있다.

제주시 함덕리에 있는 재활용 도움센터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에서 일회용컵 반납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반납이 이뤄지면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함덕리에 있는 재활용 도움센터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에서 일회용컵 반납이 이뤄지고 있다. 이렇게 반납이 이뤄지면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통해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이 과정을 통해 수거된 일회용컵은 모두 ‘대한실업’의 처리장으로 옮겨지게 된다. 처리장으로 옮겨진 일회용컵은 먼저 중량이 측정된다. 다만 이렇게 들어온 중량이 측정된 일회용컵은 재질별로 나눠져 있지 않다. 종이컵과 플라스틱 일회용컵이 섞여 들어오며, 플라스틱 일회용컵 역시 소재가 다른 컵들이 섞여 있다. 중량이 측정된 이후에는 이처럼 섞여 있는 컵의 1차 분류가 이뤄진다. 종이컵은 종이컵대로 분류되고 플라스틱 일회용컵 역시 소재별로 나눠진다. 이는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그 이후에는 컵의 불순물이 제거된다. 일회용컵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압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컵에 불순물이 끼어있을 경우 압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압축에 앞서 분순물 제거가 이뤄진다. 이 역시 수작업이다. 현장에서는 4~5명의 인원이 일회용컵의 분류와 분순물 제거에 나서고 있었다.

보증금제 시행 이후 6개월, 이들이 처리한 일회용컵의 양은 약 7톤 가량이다. 압축기를 통해 압축을 할 경우 4덩이의 일회용컵 블럭이 나오게 된다. 제주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 일회용컵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이후 처리가 도외에서 이뤄져야 한다. 대한실업에서는 이렇게 압축한 일회용컵 블럭을 경기도의 처리시설로 보낸다.

제주에서 처리된 일회용컵 블럭이 경기도로 이송되기 위해서는 해당 블럭을 트럭에 실은 후 배편을 통해야 한다. 트럭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블럭은 약 24블럭 정도다. 블럭의 이송 비용을 생각할 때 트럭 한 대에 이 정도를 실어야 한다. 하지만 6개월 동안 나온 블럭의 양이 4덩이에 불과하다. 수거량이 턱없이 부족해 제주에서 압축되는 일회용컵의 양도 매우 적은 실정이며, 이 때문에 이를 경기도로 보낸다고 해도 수익성이 떨어진다. 

대한실업의 곽준석 과장은 “지금 상황에서는 일회용컵 처리에 현재의 인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요즘에는 공장 하나를 운영하는데 환경과 안전 측면에서 소요되는 비용이 예전보다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일회용컵 처리만 갖고 공장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대한실업에서는 일회용컵 이외에 농업용 비닐과 일반 패트병 등의 처리도 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일회용컵 처리에서의 낮은 수익을 메꾸고 있다. 

제주도내 일회용컵 재활용 처리업체인 '대한실업'의 작업장에서 한 근로자가 일회용컵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제주도내 일회용컵 재활용 처리업체인 '대한실업'의 작업장에서 한 근로자가 일회용컵을 분류하고 있다. /사진=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회.

결국 업체의 수익성도 높이고 재활용 역시 보다 원할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제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그냥 버려지는 일회용컵의 양을 줄이고 수거량을 높여야 한다. 보증금제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행정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야 하며, 보증금제에 참여하는 카페 등 업주의 인식은 물론 반납에 나서지 않고 컵을 그냥 버리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

재활용 처리 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 역시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일회용컵이 수거돼도 그냥 쌓이기만 할 뿐, 재활용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제주도내에서 최종 처리까지 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압축한 일회용컵을 육지로 이송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까지 줄일 수 있다. 다만 부지 확보의 문제와 시설 설치를 위한 비용의 문제가 있다. 특히 재활용처리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라, 제주도내에서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다.

대다수의 시야에 재활용 업체의 어려움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자신이 버린 일회용품 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현 상황에서는 재활용 처리업체의 경우 어려움을 감내해 나가며 일회용품 처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경미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전국에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의 경우도 업체의 희생들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와 같은 부분들이 표시가 나질 않고, 소수만 알고 있다. 이에 대해 보다 공론화해 일회용품 수거를 더욱 원활하게 하고 재활용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수진 꽃마리협동조합 대표 역시 “수거가 너무 안되다보니 처리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때문에 자원의 순환이 단절되는 형국이다. 행정당국에서 나서 이 단절된 지점을 이어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개인의 의미 있는 실천 등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지금 있는 재활용 시설들도 문을 닫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일회용컵 처리에만 그치질 않는다. 다른 쓰레기의 재활용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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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섭 2023-06-09 02:13:00
넷째, 성공에 대한 상상을 현실로 인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아이디어가 성공한다면 회사는 천문학적 매출을 기록할 것이다라고 공헌한 기업중에 몇개나 성공했을까요? 상상만으로 성공한 기업이 있을까요? 아이디어가 좋은 어떤 제품(제도)이 성공을 원한다면 성공조건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리스크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컵은 컵 제조공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매장)으로 이동하고 다시 소비자에게 이동합니다. 이 말에 컵보증제도를 적용해 보면 컵제조 단계에서는 모든 플라스틱컵에 100% 보증제를 적용할 수 있지만 유통이 되기 시작하면 40-50%, 특정업체로 한정하면 20-30%밖에 적용이 안됩니다. 다시 말해 성공하고 싶다면 상상하지 말고 컵제조업체를 찾아가세요. 그러면 100% 성공합니다.

고광섭 2023-06-09 02:12:12
셋째, 300원의 카오스 즉 무질서 상태입니다. 300원은 푼돈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300원의 가치는 3만원짜리 제품일때는 1%, 만원짜라 제품일때는 3%, 1500원짜리 제품일때는 20%의 가치를 가집니다. 소비자물가가 5% 올랐다면 세상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합니다. 무서운 일이지요. 제품을 파는 입장에서 20% 가격을 올려서 제품을 팔아야 한다면 누가 자신있게 팔 수 있을까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가격이지요. 물론 되돌려받는다는 조건이 있지만 일단 팔아야 되돌려 받든 기부를 하든 할 것 아닌가요? 이런 상황이 업체들이 두려워하는 카오스 상태 즉 정신적 맨붕상태입니다. 푼돈같지만 그 파장은 나비효과처럼 태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현실이 두렵기만 합니다.

고광섭 2023-06-09 02:11:23
둘째, 환경부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이 잘 뿌리내리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어떤 정책을 일방적으로 만들고 말 안들으면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한 부서는 아닙니다. 컵보증제의 취지는 매우 좋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제도입니다. 그렇다고 소수의 생계를 위협하면서 강제로 시범지역을 만들고 그 중에서도 몇몇 업체에만 강요할수 있는 명분을 주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 받을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전면시행에서 제주, 세종시로 축소하고, 제주도는 23년 6월 전면시행한다고 하고서는 기약없이 연기하고...소수의 생계는 언제까지 환경부를 믿고 제주도를 믿고 기다려야 하나요? 그러는 사이에 우리 가족은, 우리 애들은 나만 바라보는데..

고광섭 2023-06-09 02:10:19
컵 보증제 반드시 실시해야 합니다. 하자만 반드시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가맹점주 입장은 가정의 생계를 목숨걸고 지켜야하는 절대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프렌차이즈 차렸다고 큰 돈 버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몇몇 프렌차이즈만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면 그 가맹점주는 이 정책에 두려움이 없을까요? 손님들의 불만 해결, 라벨부착 비용, 가격상승에 따른 매출감소 등은 가맹점주만 홀로 견뎌내야 하는 걸까요? 축구 국가대표 시범경기를 하는데 잘하는 팀을 초청하면서 축구 잘하니까 1,2골 실점한 것을 조건으로 초청한다면 그 팀이 시범경기를 하겠다고 할까요? 현재 제주, 세종시 컵보증제은 이런 모습입니다. 전면시행 해야지요 단, 모든 매장이 동일한 조건으로

둘째, 환경부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 정책이 잘 뿌리내리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부서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어떤 정책을 일방적으로 만들고 말 안들으면 단속하고 처벌하기 위한 부서는 아닙니다. 컵보증제의 취지는 매우 좋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