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해안 밀려든 쓰레기 파도 ... 그 옆엔 산을 이룬 '꼬막 껍데기'
제주해안 밀려든 쓰레기 파도 ... 그 옆엔 산을 이룬 '꼬막 껍데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07.18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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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쓰레기 수거기②]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꼬막 껍데기' 상당히 많아 ... 인근 식당서 버린 것 추정
여름철 남풍, 중국발 쓰레기도 다수 ... 페트병만 수백병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많은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밀려와 있다. 대다수가 해상에서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페트병이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많은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밀려와 있다.특히 페트병 쓰레기가 상당히 많다. /사진=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신도리에선 커다란 뭉게구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그 아래로 펼쳐진 바다는 높은 파도를 해안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18일 오전 제주북부에는 시시때때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제주의 남서부 하늘은 맑았다.

특히 신도포구 인근은 해안선이 육지를 향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움푹 들어와 있고, 모래와 평평한 바위가 넓게 자리를 잡아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이다. 그 때문에 바로 옆에서는 높은 파도가 밀어쳐도, 이 해안에서의 바다는 비교적 잔잔했다.

이 해안 앞으로는 주차장과 함께 쉼터 등이 마련돼 있어 많은 올레꾼들이 이 해안 앞에 잠시 멈춰서 쉼을 청했고, 인근 바다에서 돌고래가 자주 관찰되기 때문인지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무리를 이뤄 이곳 포구 앞에 모여들곤 했다.

하지만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쉼터에서는 바로 앞의 해안이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파도가 도로 위까지 넘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월파방지 시설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이 월파방지 시설에 가깝게 다가서야만 했다. 다만 이 월파방지 시설에 가까이 다가섰을 때 보게되는 것은 푸른 바다만이 아니었다. 해안으로 밀려온 온갖 쓰레기가 시야를 함께 채웠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많은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밀려와 있다./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많은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밀려와 있다./사진=미디어제주.

이날 해양쓰레기를 줍기 위해 모인 곳이 이곳이었다. 신도포구 해안의 쓰레기를 줍기 위해 오전부터 제주도내 해양환경단체 ‘디프다제주’의 인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각자 쓰레기를 줍기 위한 필수 장비인 ‘장갑’을 착용, 쓰레기가 가득 밀려온 해안으로 내려갔다.

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했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쓰레기는 페트병이었다. 족히 수백병은 될 법한 양의 페트병이 해안에 띠를 이루고 있었다. 파도의 물결이 해안에서 수십미터 길이로 띠를 이룬 쓰레기에 그대로 나타났다. 쓰레기 파도가 밀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사이로 부표와 스티로폼, 유목 등이 눈에 보였다. “쓰레기를 1톤은 주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라는 말도 나왔다. 신도리의 해안에는 이런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쓰레기가 많았다.

여름철 남풍에 밀려오는 쓰레기다보니 중국발 쓰레기가 상당했다. 페트병의 대부분에는 중국어가 적혀 있었다. 이 페트병만 주워 담아도 비어 있던 포대 하나가 금세 가득 찼다.

중국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쓰레기. /사진=미디어제주.
중국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해양쓰레기. /사진=미디어제주.
중국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버려진 소화기./사진=미디어제주.
중국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버려진 소화기./사진=미디어제주.

이외에 중국어가 적힌 소화기까지 바위 틈세에서 발견됐다. 한 때 기름을 가득 담았을 철제 드럼통은 검은 현무암 사이에 놓여 있었고, 바닷물을 가득 머금어 한 사람이 들기도 힘들 거대한 밧줄도 해안 곳곳에 있었다. 이 커다란 쓰레기들 사이사이론 페트병의 뚜껑, 플라스틱 조각, 부서진 빨대와 스티로폼이 문자 그대로 흩뿌려져 있었다.

신도포구 인근 해안의 이와 같은 모습은 현재 제주 남부 해안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사계리 해안과 송악산 인근 해안, 법환동 해안에 수백·수천 병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페트병과 함께 부표와 스티로폼, 온갖 플라스틱 등이 밀려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을 이렇게 밀려오는 쓰레기를 두고 “분 단위와 초 단위로 쓰레기들이 제주 해안에 밀려들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날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서 시선을 사로잡은 쓰레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꼬막 껍데기’다. 월파방지 시설의 바로 아래로 상당한 양의 꼬막 껍데기가 버려져 있었다. 모두 일반쓰레기로 처리 돼야 했지만 그냥 해안에 버려진 것이다. 그 양으로 미뤄봤을 때 상당한 기간에 걸쳐 수차례 버려진 것으로 판단됐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수많은 '꼬막 껍데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수많은 '꼬막 껍데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수많은 '꼬막 껍데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 인근 해안에 수많은 '꼬막 껍데기'가 버려져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포구를 방문한 이나 지나가던 이들이 꼬막을 먹고 그 껍데기를 버렸다고 하기에는 그 양이 상당했다. 바다에서 해안으로 밀려 왔다고 볼 수도 없었다. 바다에서 밀려 왔다면 다른 쓰레기들가 섞여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인근 식당에서 반찬으로 꼬막을 내놓으면서 그 껍데기를 버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거대한 꼬막 무더기에 대해서는 관내 해안정화 등을 관리하고 있는 대정읍 주민센터에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문의가 이뤄지자 대정읍 주민센터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현장을 확인하고 꼬막 껍데기의 출처를 확인해보겠다. 인근 식당에서 버린 것이 확인되면 이에 대한 계도 등의 조치도 취하겠다”고 전했다.

이 꼬막 껍데기를 뒤로 하고 이날 신도포구에서 수거된 쓰레기의 양은 1톤까지는 아니었지만 210.7kg으로 양이 상당했다. 1시간 여의 짧은 시간 동안 수거된 양이었다. 이날 쓰레기 수거에 나선 이들의 손길이 닿지 못한 주변 해안에는 여전히 수많은 해양쓰레기들이 밀려와 있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더욱 많은 손길이 이곳에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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