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이제는 새내기 해녀들도 받아줘야 합니다”
“이제는 새내기 해녀들도 받아줘야 합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7.27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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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녀를 기록하는 사진가 양종훈

제주인으로 20년 넘게 해녀 기록화 작업

서귀포서 ‘제주해녀&심방(오용부) 사진전’

사단법인 만들어 해녀를 알리는 일도 추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한 컷의 네모난 틀에 기록을 담는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양종훈(상명대 교수)은 그 틀로 세상을 말한다. 짧은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은, ‘있음’과 ‘없음’을 가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사진가 양종훈은 그걸 안다. 사라질 수 있는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에게 있음을.

제주해녀를 20년 넘게 기록하고 있는 사진가 양종훈.
제주해녀를 20년 넘게 기록하고 있는 사진가 양종훈.

사진가 양종훈의 사명감은 해녀를 만날 때 빛난다. 수많은 사진가들이 제주해녀를 이야기하지만 그들과 양종훈을 비교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는 다르다. 사진가 양종훈은 뼛속 깊이 제주바다를 이해하는 제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제주해녀를 가장 잘 아는 사진가다. 세계적 보도사진가로 구성된 ‘매그넘’이 제주해녀를 담았다는데, 그와 비교할 수 있을까? 사진가 양종훈은 2000년부터 20년 넘게 제주해녀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해녀를 담게 된 이유가 있어요. 어릴 때 본, 그러니까 1960년대와 70년대 해녀들의 모습과 2000년대 해녀들의 모습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복장도 달라지긴 했지만 공동체가 달라졌어요. 점차 해녀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고, 숫자도 줄어들었어요.”

사진가 양종훈은 UN 산하 NGO 활동을 하면서 아프리카와 동티모르 등을 오갔지만, 정작 고향 제주와는 멀어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제주해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순간적으로 끌렸다”고 표현했다.

“이제는 베이스캠프를 제주도로 옮겨야겠어요. 제주해녀와 함께하려고요. 제주해녀의 위대함을, 제주인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는 건 제가 제일 잘할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이유는 충분하다. 기록물인 다큐멘터리로 제주해녀를 가장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이가 바로 양종훈이며, 세계적 연결고리도 그에겐 있다. 더 중요한 건 이른바 제주해녀 ‘삼춘’들과 스스럼없이 통한다는 점이다.

“해녀 열두 분의 달력을 만들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시간은 일초도 안 걸려요. 하지만 그 사진을 찍는데 들인 시간은 1년 반이나 됩니다. (제주해녀를 사진에 담으려고) 제주에 잠깐 온 사람들이 있는데, 하루 이틀을 한다고 해서 (제주해녀들이) 시간을 내주지 않아요.”

그만의 제주해녀를 찍는 비결은 있다. 20년 넘게 해온 비결은 뭘까? 그건 해녀라는 공동체에 자신을 투입시키는 일이다. 제주해녀라는, 그들만의 공동체는 밖을 향해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해녀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일을 20년간 해왔어요. 누가 암으로 아팠잖아요? 그럼 제가 병원을 알아봐요. 어떤 병원은 1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제주해녀라고 하면 인정을 해주는 고마운 일들이 있어요. 경조사도 보곤 하고, 김치를 담글 때도 가보곤 해요. 처음엔 물질을 하지 않는 날만 골라서 해녀를 만났어요. 몇 번을 그러니까,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진짜 교수 맞냐고, 1년간 마음을 열면서 제주해녀를 마주했죠.”

그는 어촌계를 지나가다 들른다. 기록을 할 때도 있으나, 안부 인사를 하러 들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기에 제주해녀에게 양종훈은 벗이나 다름없다. 그에겐 다른 사진가들이 지니지 못한 무기가 있는데, 바로 ‘제주어’다. 해녀삼춘들의 입말을 가볍게 해석한다. 토종 제주인이기게 가능한 무기를 그는 지녔다.

아울러 그는 제주해녀와 끈끈한 관계에 있는 심방의 기록을 담는 작업을 해볼 계획이다. 그 준비단계는 현재 서귀포 켄싱턴리조트 1층 로비에서 진행중인 ‘제주해녀&심방(오용부) 사진전’이 말해준다.

사진가 양종훈(왼쪽) 오용부 심방.
사진가 양종훈(왼쪽) 오용부 심방.

“제주해녀와 심방은 떼려야 뗄 수 없어요. 해녀와 심방은 서로간의 믿음이 있어요. 심방이 해녀굿을 해주며 해녀들을 안심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실 해녀들은 트라우마가 많아요. 그걸 심방이 안심시켜주죠. 정신적인 교감인 셈이죠. 심방은 해녀와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심방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가 20년 넘게 만나고 있는 해녀에겐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심방이어서다.

제주해녀와의 만남. 사진가 양종훈과의 지속적인 만남은 이뤄지지만 앞으로가 문제이다. ‘고령화’는 세계인류유산인 제주해녀를 위기로 몰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는 교수라기보다는 제주해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제주해녀를 위해 제주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그래서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도 만들었어요.”

교수이기보다 사진가를 택한 양종훈. 그는 사진가이면서 사단법인 ‘제주해녀문화예술연구협회’를 만들었고, 협회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협회를 만든 이유는 제주해녀라는 공동체를 영속시키기 위한 그만의 사명감이 발동해서였다.

“가장 큰 문제는 해녀공동체를 이끌던 분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젠 해녀학교를 나온 사람들을 어촌계에서 선택적으로 받지 말고, 해녀학교를 믿고 받아주면 되잖아요. 법환이나 한수풀해녀학교는 교육이 잘 돼 있더라고요. 해녀학교를 나온 이들을 선택적으로 받는다면 미래는 없어요.”

그는 지금이 아닌, 미래를 본다. 젊은 해녀를 받아들이는 구조가 잘 된다면 유네스코 유산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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