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서로 빛나는 존재인 자연을 통해 배운다”
“서로 빛나는 존재인 자연을 통해 배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07.31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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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 작가, 고향 제주서 첫 개인전 가져
8월 6일까지 갤러리ED에서 ‘율’展 개최
고향 제주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정진 작가. 미디어제주
고향 제주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정진 작가.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다시 붓을 잡은 지 10여 년. 놓았던 붓은 캔버스를 벗 삼고, 그를 위안해준다. 덕분에 고향 제주에서 첫 개인전도 열 수 있게 됐다. 정진 작가는 올해 5월 서울 인사동에서 열렸던 개인전 ‘율(律)’의 호평을 제주에 그대로 끌어왔다. 제주에서 다시 보여주는 ‘율’展은 갤러리ED에서 열리고 있다.

‘율’은 틈을 주지 않는 질서도 있으나, 음율을 담은 하모니도 있다. ‘율’에 담긴 이미지는 질서와 하모니를 모두 담아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 녹아난 부들이 바로 질서이며 하모니다. 그는 왜 부들을 캔버스의 소재로 삼았을까.

“자연의 아름다운 향연, 자연의 리듬을 함축해서 ‘율’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그의 일성은 그랬다. 자연에 녹아든 리듬을 보여주려 ‘율’을 끄집어냈다. 그러고 보면 ‘율’에 담긴 부들은 자연 그대로다. 물가에 뿌리를 내린 부들은 가냘픈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부들을 그리게 된 이유는 있어요. 힘든 시기에 공원을 거닐면서 무심코 봤던 부들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왔던 겁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온 날이었죠. 장대비에다 비바림이 휘몰아치는데, 부들은 허리가 꺾여도 꺾이지 않더라고요.”

강한 바람에도 부들은 다시 일어선다. 그 모습에 정진 작가는 반했다. 그렇게 부들은 그의 새로운 벗이 된다. 그러다 보니, 부들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 부쩍 늘었다. ‘부들에 매료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부들을 찾아 나섰고, 부들은 그의 캔버스를 차지했다. 그러다 그에게 새로운 게 들어왔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결, 즉 ‘윤슬’이다. 부들과 윤슬은 이제 동반자이다.

“십 년 전에 부들에 매료돼 계속 그리게 됐어요. 정적인 부들만 그렸는데, 몇 년 전부터 반짝임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시시각각 바뀌는 윤슬은 빛 하나하나가 사람으로 보였어요. 우리는 너무 경쟁을 하며 살잖아요. 그런데 부들 사이에서 빛나는 윤슬은 서로 빛나는 존재였어요. 너도 빛나고 있으니까 괜찮아, 빛날 거야, 제게 이런 메시지로 들렸어요.”

정진 작가는 부들로 인해, 윤슬로 인해 밝고 건강해졌다. 그의 그림 역시 밝고 더 건강해졌다. 부들로 인해 윤슬의 속마음을 알게 된 그는, 이젠 윤슬에 비치는 빛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고향 제주도에 전시를 하게 됐을까.

부들과 윤슬을 그리는 정진 작가. 미디어제주
부들과 윤슬을 그리는 정진 작가. ⓒ미디어제주

“언제나 가장 사랑하는 제주도잖아요. 그런 애정은 늘 한 구석을 차지하는데,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작업에 무척 공을 들인다. 작품 하나를 만드는 기간은 수개월이다. 1년에 서너 작품만 탄생시킨다. 그 같은 작업은 부들을 찾으러 다니는 작업과 다르지 않다. 부들을 찾으러 양평의 두물머리 등을 찾는다. 강가에서 만나는 다양한 부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산책하며 머리도 식힌다. 그러면서 부들처럼 꺾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윤슬을 바라보며 개개의 가치를 발견하는 이들을 찾는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요한 강가를 거닐다가 부들을 넘어 반짝이는 은하수 같은 윤슬을 발견했다. 햇빛을 받아 강물이 반짝거리며 무수한 별빛을 만들어내고, 그 너머로 부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윤슬과 부들이 만나 나의 눈에 들어온 순간,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 ‘작가 노트’ 중에서

정진 작가는 한국미술인협회와 한라미술인협회 회원을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 센다이총영사관 전시를 비롯,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MIAF 목우회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다. 갤리리ED에서 열리는 ‘율’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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