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농사만 짓던 저희 할아버지가 국방경비법 위반이라니요”
“농사만 짓던 저희 할아버지가 국방경비법 위반이라니요”
  • 김민범 기자
  • 승인 2023.09.26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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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차 4.3사건 희생자 직권재심 ‘전원 무죄’
명예를 회복한 4.3사건 희생자 총 1573명
4.3 직권재심.
4.3 직권재심.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제39차 4.3사건 희생자 직권재심이 열렸다. 유족들은 재판부의 배려로 뒤늦게나마 한을 풀 수 있는 이야기 시간을 가졌고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9차 직권재심은 26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직권재심은 4.3사건으로 희생된 30명의 무고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참석했다.

“북한과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지역에서 농사만 짓던 저희 할아버지가 국방경비법위반이라니요”

고(故) 임영화의 손자 임 씨는 할아버지의 죄명이 ‘말도 안된다’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임 씨는 “그래도 최근 DNA 검사를 통해 저희 할아버지의 시신을 찾게 됐습니다”라며 “누군가의 노력으로 할아버지 시신을 발견했고 이번 재심을 통해 늦게나마 억울함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고(故) 양성운의 양자 양문현 씨는 “7살 때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저는 할머니와 곽지에 살았다”라며 “저희 할머니는 당시 사건 이후 25년 평생을 '아들이 살아있다'라고 믿으며 실종신고도 하지 않고 행방불명된 아들을 직접 찾아 헤매다가 고인이 되셨습니다”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로 인해 이 순간만이라도 하늘에 계신 저희 할머니 영혼의 한이 잠시나마 풀렸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故) 김대규의 유족 김영천씨는 “제가 12살 때 어머님이 수감소에 갇혀있어서 음식을 갖다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라며 “비행장에서 총살을 당한 저희 어머니의 시신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고 발굴조차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하루빨리 해결돼서 남아있는 식구들이라도 가슴 아픈 시기가 지나가게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부탁했다.

검사 측은 최종 의견 진술을 통해 “당시 정상적인 재판이 이뤄졌는지 의심스럽습니다”라며 “정상적인 재판이었다면 피고인 개인별로 구체적인 범죄 사실이 무엇인지 나와 있어야 하며 증거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유무죄를 판정받아야 합니다”라며 “만약 죄가 있다면 그 정도에 따라 형량을 정해야하는데 당시 공법행위는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345명이 재판받으며 모두 무죄를 주장했는데 345명 전원이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라며 “물리적이나 시간적으로 살펴봐도 정상적인 심리와 판결을 거쳤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며 검사측은 이들의 유죄를 입증할만한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제주 4.3 합동수행단의 직권 재심 청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한 희생자는 총 157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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