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알바는 수당이 붙잖아요”
성균관 “차례상 소박하게 해야”

[미디어제주 김민범 기자]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석은 이전 추석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언제부터일까. 추석을 챙기지 않는 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추석을 핑계로 자주 보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나 함께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이젠 흔히 볼 수 없다.
“저는 추석 연휴를 맞이해 부모님을 모시고 부산으로 여행을 갑니다”
외도에 거주 중인 20대 직장인 강승헌 씨는 6일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난다. A씨는 “추석을 챙기지 않은 지는 3년째다”라며 “손이 많이 가는 추석 행사보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떠나 추억을 쌓는 것이 보람찬 연휴의 방법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전부터 부모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셨다”라며 “이제는 추석마다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일정으로 정해졌다”라고 전했다.
“명절 알바는 수당이 붙잖아요”
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김민관 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서 4일 정도는 알바를 해 돈을 모아둘 계획이다”라며 “평소에는 학교 수업이나 교외 활동으로 경제활동을 할 여력이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석 알바는 시급을 꽤 많이 쳐주기 때문에 꼭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타지 생활로 추석 연휴에 본가로 내려올 여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저희는 손이 많이 가는 추석 음식을 일일이 준비하기보단 친척끼리의 식사로 대체합니다”
실제로 명절 음식을 차리지 않고 친척들과 모여 음식을 시켜먹거나 밀키트를 활용해 추석을 기념하는 집도 많아지고 있다.
노형에 거주 중인 40대 직장인 신상영 씨는 “추석 행사를 챙기지 않게 된 지는 오래됐다”라며 “요즘 친척끼리 만날 기회도 자주 없어 추석은 하지 않더라도 본가에 모여 식사하며 근황을 전한다”라고 답했다.
추석 차례상 비용은 얼마나 올랐을까.
제주시 이도동에 거주 중인 50대 주부 강명희 씨는 “차례상 준비 비용이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많이 올랐다”라며 “이번 추석 차례상 예산은 30만 원으론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라고 한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번 추석 차례상 차림 평균 비용은 30만 3301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과는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뿐만 아니라 다른 과일들도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어획량 감소로 참조기의 가격도 올랐으며 약과나 강정, 게맛살 등 가공식품의 가격도 여전히 오르고 있다.
이에 반해 소고기의 가격은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올랐던 제수용품 가격이 여전히 내려가지 않아 올해 추석 차례상 예산 책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저희는 간소화 차례상을 하고 있어요”
추석은 챙기지만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가정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로 인한 물가 증가가 추석 차례상 간소화의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함덕에 거주 중인 40대 B씨는 “작년부터 차례상 비용이 부담돼 간소화 차례상을 하고 있다”라며 “꼭 필요한 음식만 차려 올리는 제사로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추석에 친척들을 만나 내년부터는 추석 행사를 챙기지 않는 방안도 의논해볼 예정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에는 유교 전통문화를 보존해온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성균관)가 차례상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성균관은 차례상에 전은 따로 부칠 필요가 없으며 기본 음식인 송편,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만 올리면 된다고 밝혔다. 조금 더 올린다면 육류와 생선, 떡까지 올리면 된다고 거듭 전했다.
성균관 관계자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의 가짓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했었다.
“사실 전통 차례상은 소박하게 차리는 것이 맞다”
성균관에 따르면 실제 조선시대 선비들은 ‘제사는 검소하게 지내라’는 취지를 권고해왔다고 한다. 또 화려하게 차려진 차례상은 검소함을 미덕으로 여긴 유교와도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차례상이 화려해진 이유는 조선 말 신분질서가 붕괴되며 신흥계층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차례상을 거하게 올리면서 시작된 것이라 밝혔다.
차례상이란 명절날, 조상의 생일, 매달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을 맞이해 낮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차리는 상이다. 제사상보다 간소하게 차려야 한다.
조선시대 중기의 예학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김장생의 사계전서에 따르면 “밀과와 유병, 약과, 전 같은 기름진 음식을 올리는 것은 예가 아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과거 기록들에 의하면 ‘천연두’와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는 설날과 추석에 명절 차례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추석 연휴를 맞이한 도민들은 각자 음식을 준비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의 연휴 계획을 준비 중이다.
추석을 맞이하는 방식은 개인마다 다르며 각자만의 방식이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예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추석이지만 도민들의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여전히 한결같은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서처럼 추석의 유래는 신라의 가배(嘉排)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