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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수준인 ‘폭염’에 익숙해진 2020년대
재난 수준인 ‘폭염’에 익숙해진 2020년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02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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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숲을 달라] <2> 점점 더워지는 제주

건축허가 늘면서 도심 열심 현상도 가속화

열대야 일수 점차 늘어…2020년대 47.3일

8월 평균 기온은 제주가 대구보다 더 높아

 

더워지는 도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뭔지를 생각해보자. 미디어제주
더워지는 도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뭔지를 생각해보자.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요즘은 ‘폭염’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쓴다. 여름이면 단골처럼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셔츠 차림으로 공부하던 고등학교의 여름은 그래도 견딜 만했다. 에어컨이 필수인 지금과는 다른 풍경이다. 신선한 바람과 부채, 거기에 선풍기만 끼어들면 충분히 여름을 날 수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폭염과는 거리를 둔 시절이어서가 아닐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폭염 일수가 그걸 말해준다. 폭염은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가 된다. 올해는 모두 22차례 폭염이 찾아왔다. 사람들은 올해만 덥다고 여기는데, 지난해는 폭염 일수가 무려 28일이나 됐다. 길지 않은 여름의 한 달은 폭염과 함께하는 셈이다.

셔츠 차림으로 공부하던 고교 시절은 어땠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다. 1980년대(1980~1989년)를 훑어보니, 10년 동안 발생한 폭염은 딱 30일이었다. 1980년대는 10년 걸릴 일을, 이젠 1년이면 폭염 일수는 채우는 시대가 찾아왔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다. 더워지고 있는 지구를 만든, 우리 탓이다.

30년 사이에 세상은 변했다. 앞으로 30년 후에 2020년대를 바라보면 뭐라고 할지도 궁금하다.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대는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지속적인 폭염은 ‘재난’이라고 불러도 될 상황인데, 2020년대를 사는 우리는 어느새인가 재난의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기후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향한다는 점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도심에 숲을 달라’는 기획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향하는 기후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려면 현재의 제주 상황을 잘 인식하는 일이 필요하다.

제주는 30년간 얼마나 더워졌을까. 특히 도심은 ‘열섬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다. 열섬 현상이 도심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유는 ‘사라지는 땅’에 주목해야 한다. 한낮에 뜨거워진 인공구조물은 밤이면 열기를 뱉어낸다. 그건 개발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지난 10년 간 제주도내에 허가된 건축물은 얼마일까. 건축 행위는 곧 땅의 소멸과 인연을 맺고 있어서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허가된 건물은 10만5793동이다. 지어진 건축물도 있고, 허가만 받고 짓지 않은 건축물도 있겠지만 수많은 건축 행위가 도심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열섬은 여름철 열대야도 부른다. 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이 늘고 있다. 기상청 자료를 들여다보면, 열대야는 2010년대 이후 심각하게 드러난다. 1980년대(1980~1989년)는 평균 15.2일, 1990년대(1990~1999년)는 평균 27.6일, 2000년대(2000~2009년)는 평균 26.1일을 보였다. 1980년대가 상대적으로 시원한 여름이었고, 1990년대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이 늘고 있음을 수치는 말한다.

열대야 일수가 변곡점을 맞는 건 2010년대 이후이다. 2010년대(2010~2019년)는 평균 36.3일을 기록했다. 길지 않은 여름의 한 달 이상은 열대야였다. 2020년대는 더 심해졌다. 2020년 37일, 2021년 46일, 지난해는 열대야 역대 최다인 56일을 찍었다. 올해는 역대 3위에 해당하는 50일이다. 2020년대 열대야는 4년 평균 무려 47.3일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제주의 여름철 열대야가 일상인 시절이 돼버렸다. 그러면서 열대야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해도 나온다. 올해는 33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7월 14일 밤의 최저기온은 29.5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밤의 기온이 낮과 별반 다르지 않는 날도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주의 여름은 평균 기온으로 따질 경우 가장 더운 지역으로 변했다. 기상청 자료를 5년 단위로 분석해서 다른 시도와 비교를 해봤다. 1990년부터 5년 단위로 8월 평균 기온을 보면 제주는 1995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최고임을 보여준다. 더운 대구의 여름도 제주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더운 지구를 살리려면 아니, 더운 제주를 살리려면 탄소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해야 할 일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사람 곁에 나무를 들여다 놓아야 한다. 나무가 숨 쉴 땅도 많이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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