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둘째 낳으면 1000만원? 파격적이지만 현실은 힘들어"
"둘째 낳으면 1000만원? 파격적이지만 현실은 힘들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05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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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저출생 해소방안 위한 세미나 가져
제주 출산율, 지난해 0.92명 ... 각종 정책 이어져
실제 부모 "현재 지원만으론 육아 어려움 해소 힘들어"
제주도의회 전경.
제주도의회 전경.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의 합계출생율이 큰폭으로 떨어어지고, 자연감소가 심화되는 가운데 젊은 층의 전출도 늘어나는 인구와 관련해 각종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제주도는 이 중 출생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제주의 정책이 초점을 잘못 잡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5일 오후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법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저출생 해소방안을 위한 자치법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여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5년간 제주도의 출생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7년의 제주도내 출생율은 1.305명이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1.22명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2021년에는 0.95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떨어져 0.92명이 기록됐다.

지난해의 경우는 전국 출산율 0.78명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매년 큰 폭으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남아의 출생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향후 제주 인구감소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제주는 전국 다른 지역보다 결혼을 늦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제주의 초혼연령은 여성이 31.1세, 남성은 33.5세로 분석됐다. 여성의 경우는 초혼연령이 몇년간 전국 평균을 상회하다 2021년 전국 평균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남성의 초현연령은 꾸준히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혼인건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2017년 제주도내에서 3654건의 혼인이 있었지만, 2021년에는 이보다 1000건에 가깝게 줄어든 2661건에 불과했다.

출생율 감소에 혼인까지 줄어들면서 제주에서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들을 일이 더욱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제주에서의 청년 인구 전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보니 제주에서 ‘인구소멸’을 걱정해야할 수준까지 가까워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서귀포시가 그 마지노선인 0.5로 기록됐다.

제주도는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둘째 이상을 낳을 경우 주거와 복지, 교육 중 가구별 필요에 맞춰 1000만원을 지원하고, 이에 맞춤형 지원도 더한다는 해피 아이(Happy I)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는 이와 같은 제주도의 정책에 대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1000만원의 비용 지원만 보고 아기를 낳기에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에 나선 부모대표 고여림 씨는 “저는 오늘 이곳에 오기 위해 첫째를 어린이집에 둘째를 올케에게 맡기고 왔다”며 “그리고 올케는 이 토론 때문에 일을 쉬고 있다. 현실은 이렇다. 8개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올케까지 일을 쉬어야 하는 판”이라고 토로했다.

고여림 씨는 이어 “둘째 아이 이상 낳으며 주거, 복지, 교육 중 가구별 욕구에 맞춰 가장 필요한 한 가지에 1000만원 지원을 해주는 것은 말그대로 파격적”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만 보고 아이를 갖기에는 정말 힘들다. 이 힘들다는 말에는 금전적, 정서적, 사회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씨는 또 “육아를 하다보면 내가 깡통이 되는 것 같다”며 “중국어도 할 줄 알고, 어린이집 교사 경력도 있고, 피부미용 자격증도 있는데, 할 줄 아는 게 아닌 것 같다. 가족 빨래 돌리기 바쁘고, 이유식 만들기 바쁘고, 아기는 아프면 걱정되는데, 내 몸이 아프면 가족을 챙기지 못해 화가 나기 바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 씨는 그러면서 “이와 같이 육아와 사회적 고립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고, 가정을 위해 일하는 남편들도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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