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도심 숲이 주는 이타성의 유혹에 빠지고 싶다”
“도심 숲이 주는 이타성의 유혹에 빠지고 싶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3.10.30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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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숲을 달라] <4> 제주도의 정책

오영훈 도정, 도심에 ‘생활밀착형 숲’ 강조
지난해 24억…올해는 21억 투입해 숲 조성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우리 곁에 있는 환경은 신성하다. 불가침 영역의 신성이 아닌, 곁에 둘 정도로 친근하면서도 가치가 있는, 거룩하다는 의미로서 신성이다. 그같은 신성을 곁에 둔다면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왕가리 마타이는 ‘그린벨트 운동’으로 유명하다. 그가 제시한 그린벨트 운동은 4가지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 우선은 사람들에게 ‘환경에 대한 사랑’을 일깨운다. 지구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줬기에 ‘지구 자원에 대한 감사와 존중’을 강조한다. 또한 환경을 개선하려는 ‘자강과 자기 발전’도 그린벨트 운동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마타이는 자기를 내놓을 수 있는 ‘헌신하려는 마음과 자발적 활동’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 핵심 가치 가운데 마타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마지막으로 제시한 ‘헌신하려는 마음과 자발적 활동’이다.

도심 숲은 우리에게 '남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게 한다. 미디어제주
도심 숲은 우리에게 '남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게 한다. ⓒ미디어제주

왜 헌신을 강조하고 있을까. 그건 ‘모두 잘 살자’는 큰 뜻이 포함된다. 지구는 ‘내 것’도 아니고, ‘남의 것’도 아니다. 지구라는 땅에 의지해서 사는 ‘모든 이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둘러봐야 하고, 내가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나무 심기’는 어쩌면 다른 사람을 둘러보는 작은 활동이면서, 마타이가 제시한 헌신이 될 수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별’한 지위를 지녔으나, 우리는 그런 특별한 지위를 활용해서 마구잡이로 개발하라는 ‘특권’을 부여하지는 않았다. ‘특별’하기에, 뭇 생명을 지키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우린 얼마나 자연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오영훈 도정은 도시에 숲을 들여놓자고 강조한다. 그걸 살짝 들여다보자.

제주도는 ‘생활밀착형 숲’ 조성을 내걸고 있다. ‘생활밀착형’이라는 단어가 말하듯, 우리의 생활권에 숲을 조성하자는 뜻이다. 실내정원이 될 수도 있고, 벽면을 활용한 수직정원도 ‘생활밀착형 숲’에 포함된다. 생활밀착형 숲 조성은 제주도의 예산도 들어가지만,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제주아트센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 4·3평화공원, 제주대병원 등에 생활밀착형 숲을 조성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24억원을 넘는다. 전년인 2021년 10억원에 비하면 곱절 이상 늘었다.

올해는 어떨까. 제주도는 올해 제주도청, 우당도서관, 남원읍사무소 등 모두 5곳에 21억원의 예산을 들였다. 내년은 3곳에 15억원을 투입해 생활밀착형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비가 줄면서 내년 예산 역시 다소 줄기는 했으나, 생활밀착형 숲 조성은 ‘내 곁’을 강조한다.

도심에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숲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때 우리는 나무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생활밀착형 숲 조성이 더 늘어날수록 나무의 가치를 알아갈 사람들도 더 늘게 된다. 나무를 알게 되면, 남을 이해하는 이타성이 발현된다.

프랑스 식물학자 자크 타상이 한 말을 들어볼까?

“나무를 다시 발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타성을 발견한다는 말이다. 우리 자신의 객관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고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을 받아들이는 이타성 말이다. 나무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형태의 생명을 인정하고자 하는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다.”

자크 타상은 내 곁에 나무가 많아지고, 그 나무가 숲이 되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른 생명을 인정하게 됨을 일깨우고 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 유혹에 빠지고 싶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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