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더 나은 제주 위한 작지만 확실한 변화, 그 안으로 들어가다
더 나은 제주 위한 작지만 확실한 변화, 그 안으로 들어가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0.30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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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통협력 주간, ‘심심(心深)한 마을’ 전시회 마련
제주에서의 다양한 고민과 그 답, 한 자리에 모아놔
참가자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참여형 전시회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탐구'의 탐구 내용을 모아놓은 전시회.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탐구'의 탐구 내용을 모아놓은 전시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어떻게 하면 제주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움직임은 크지 않아도 상관없다. 제주를 생각하는 마음이 모이고 모여 변화시켜나가야할 문제점들을 이끌어내고 각자의 해결책을 내놓으며 조금씩 움직여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 작은 움직임들은 시나브로 퍼져나가게 되고, 조금씩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되며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는 천천히 이뤄지지만 보다 인상적으로, 깊이있게, 확실하게 이뤄진다. 본래 급격한 변화는 반발을 사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심심心深)으로부터 천천히 이뤄지는 변화는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변화를 모색하는 자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할까? 주제는 따로 정해지지 않는다. 더 나은 제주를 위해 각자가 느끼는 바가 모두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주제다. 각자만의 고민을 통해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이 서로 의논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은 그렇게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으로 마련됐다.

이 공론·탐구·실험의 장을 통해 많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졌다. 이 논의의 장에 참여한 이들 각자가 던진 질문에서 시작된 다양한 활동들은 의미있는 시간들을 만들어냈고, 작지만 확실한 걸음을 일궈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시 한 번 바라볼 법한 참신한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결과물들이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마련된 ‘2023 제주소통협력 주간’ 본행사에 맞춰 ‘심심(心深)한 마을’ 전시회로 도민들에게 선보였다.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탐구'의 탐구 내용을 모아놓은 전시회.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탐구'의 탐구 내용을 모아놓은 전시회.

이 ‘심심(心深)한 마을’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히 ‘보는’는 전시회에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보는’ 것을 넘어서 관람객들 각자가 전시회의 참여자가 돼야 한다. 결과물들을 늘어뜨려서 ‘보세요’라는 기존의 전시 틀에서 벗어나 각자가 전시회의 작품 공간 속으로 들어가 참여를 하면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더 나은 제주를 위해 필요한 것’을 참여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끼게 만들어준다. ‘더 나은 제주를 위한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극적인 변화를 요구하진 않지만, 참여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슬며시 등을 떠밀어준다. 참가자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어준다. 그 씨앗이 자라나면 어느 순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큰 변화로 나타날 수 있도록.

‘심심(心深)한 마을’ 전시회는 제주시 중앙로 사거리 인근에 자리잡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3층의 공간을 주무대로 펼쳐졌다. 3층에 들어섰을 때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3층 공간의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천으로 만들어진 ‘집’이었다. ‘관심의방’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공간이다.

이 공간은 ‘더 나은 제주’을 위한 작은 시도와 관심들에 참여자들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그간 이어졌던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을 통해 거론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인상적인 점은 이와 같은 문제점을 ‘낱말찾기’ 게임의 방식을 통해 제주 방언’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더욱 흥미를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아울러 이 공간에서는 기존에 제기된 문제점 이외에 참가자들이 그 동안 느꼈던 문제점들을 방명록 형태로 적어 풀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고민의 결과를 공유함과 동시에, 새로운 고민의 풀어넣는 공간인 것이다.

이 ‘관심의방’ 옆으로는 조금은 색다른 ‘횡단보도 표지판’이 서 있었다. 우리가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횡단보도 표지판은 파란색 배경에 사람이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에 전시된 횡단보도 표지판은 기존의 표지판과는 다르게 사람이 그냥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손을 들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제주의 읍·면지역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이 유난히 많다. 이와 같은 횡단보도에서는 차량들이 일시정지를 하거나 서행을 하면서 지나가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다. 제주생활공론에 참여한 팀 중 하나인 ‘그린패런츠클럽’은 이 점에 주목, 어르신들이 길을 건너기 전에 손을 들어 자신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운전자들로 하여금 더 조심해달라고 촉구할 수 있도록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이 나오는 횡단보도 표지판’을 제작했다. 이름하여 ‘손듭써양’이다. 손을 드는 것은 공론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은 변화의 떠밈이자, 작지만 안전한 보행을 만들기 위한 분명한 실천이다.

그 뒤로 펼쳐진 또 다른 방에서도 이와 같은 작은 떠밈이 펼쳐졌다. 한 공간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제주라는 공간이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제주를 ‘색안경’을 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면, 우리는 수많은 다양한 이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간단명료하게 전달해줬다.

거대한 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그 옆으론 실제 ‘색안경’이 놓여 있었다. 그 색안경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그려진 천을 보게 되면, 일부 사람들을 보이질 않는다. 색안경을 벗어야만 천에 그려진 모든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조다.

그 옆으론 참가자들이 작은 구멍을 통해 방 안을 들여다보게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그 작은 구멍을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으론 제주의 일상적인 모습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들을 볼 수 있다.

구멍을 통해 이를 들여보기 위해선 까치발을 들어야 하기도 하고 허리를 굽히기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호기심을 갖고 관심을 갖는 이들은 그런 수고를 더해가면서 구멍 안을 들여다본다. 즉 구멍을 통해 방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의 다양한 모습들은 결국 우리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전시회는 제주가 가진 문제의 해결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었다.

아울러 전시회에는 해양쓰레기를 통해 만들어진 스탬프가 마련돼 있기도 했다. 최근 몇년간 급속도록 심각해지고 있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촉구하기 위한 참여형 전시였다.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실험'의 질문 내용을 피규어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물.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실험'의 질문 내용을 피규어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물.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실험'의 질문 내용을 피규어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물.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된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과 관련된 전시회 중 '제주생활실험'의 질문 내용을 피규어 등으로 보여주는 전시물.

전시는 3층만이 아니라 1층에서도 이뤄졌다. 1층의 공간에서는 ‘제주생활공론·탐구·실험’을 통해 다양한 고민거리 등을 다시 한 번 고찰해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

‘제주생활실험’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질문을 완구블럭과 피규어 등을 통해 전달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못난이농산물을 활용해 환경과 농가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라던가 ‘취약계층의 사회적 문제를 조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의 질문이 전달되면서 보는 이들이 다시 한 번 멈춰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은 생각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더 나은 제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전시 작품들이었다.

‘제주생활탐구’와 관련해서도 ‘환경’과 ‘문화’, ‘지역공동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진 60여개의 탐구 내용들이 펼쳐졌다. 이를 명함크기의 작은 액자에 담아 전시를 하고 함께 비치된 돋보기를 통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전시를 보는 이 역시 ‘탐구’활동에 동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제주생활공론’과 관련해서는 ‘뽑기’ 기계가 마련됐다. 전시 참가자들이 이를 통해 제주생활공론에서 거론된 다양한 질문을 뽑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제주생활공론과 관련해 그간의 다양한 활동을 영상으로 살펴볼 수도 있었다.

이렇듯 제주를 변화시키기 위한 작지만 확실한 걸음들은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전시회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달됐다. 이와 같은 전달은 새로운 고리를 만들고, 고리는 또 다른 고리를 만들며 점차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이어진 고리는 어느 순간 끊어지지 않은 단단함을 갖춰 변화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그런 희망을 담고 있기도 했다.

이 전시는 끝났지만 제주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을 미쳐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긴 이르다.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1층에서는 그간의 다양한 활동들을 아카이브 형태로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오래된 상점들을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우리가 미쳐 고려하지 못했던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공간들은 어떤 곳이 있는지를 알아볼 수도 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건을 고려해 볼 수 도 있는 자료들도 살펴볼 수 있다.

이곳에서의 변화는 작지만 확실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런 변화들에 조금씩 관심을 갖는다면, 변화의 작은 물결은 모이고 모여 어느 순간 큰 파도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번 전시도 하나의 작은 물결이었다. 소통협력센터에서 볼 수 있는 상설전시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하나하나의 작은 물결이다. 이들이 모이면, 의식하지 않았던 어느 순간 우리는 더 나은 제주의 한 가운데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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