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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 원희룡 장관 겨냥 "제주인 자존감 훼손 말라" 직격
오영훈 지사, 원희룡 장관 겨냥 "제주인 자존감 훼손 말라" 직격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07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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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4일 기독교 행사에서 한라산신제를 신사참배에 비유
오영훈 "제주문화,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 적절치 않은 비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한라산신제’를 일본의 ‘신사참배’에 비유한 것을 두고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제주도민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7일 오전 제주도청 2층 소통회의실에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원희룡 장관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 참석, 이 자리에서 제주도가 도제로 진행하는 ‘한라산신제’를 일본의 신사참배에 비유했다.

‘한라산신제’는 한라산의 산신에게 제주도민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제사로 1418년(태종18년)부터 1841년(헌종7년)까지 봉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지만 탐라국 시대부터 한라산 백록담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산신제를 지내왔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일제시기 중단된 것을 아라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지난 2009년부터 재현하기 시작했다.

한라산신제는 조례를 통해 제주도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는 ‘도제’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조례상으로 ‘초헌관은 도지사를 당연직으로 한다’고 명시, 제사에 도지사가 참석해 봉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은 제주도지사로 재임하고 있던 당시 조례에 명시된 내용에도 불구하고 한라산신제 집전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해선 제주도의회 도정질문 과정에서 “’신앙을 지켜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한라산신제에 참석해 봉행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집전 거부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원 장관은 4일 참석한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에서 이와 관련해 “2014년 제주도지사에 취임하면서 큰 시험이 닥쳐왔다. 도의회 조례로 한라산신제를 도지사가 제관이 돼서 도포 입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고 언급했고, 또 “일부에선 한라산신제가 ‘신앙’이 아닌 ‘문화’이기 때문에 도지사가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원 장관은 그러면서 “일제시대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신사참배는 '국가행사이지 신앙과 관계없다'는 말이 있었다”며  “하지만 신사참배 거부로 주기철 목사는 순교했다. (저도 산신세 집전 거부) 때문에 도민들이 (도지사를)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할 각오였다”고 말했다.

어울러 “저는 신앙인이니 제관을 못하겠다고 해서 천막에서 구경했는데, 고약한 언론에서 비난하려고 '고집불통 도지사'. '독선의 도지사'라고 헤드라인을 달았다”며 “제주도에선 비난을 받았지만 전국 목사들로부터는 격려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도민의 무사안녕을 비는 제사이자 문화를 일제의 침략 정책 중 하나였던 신사참배 강요에 비유한 것이다.

원 장관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오영훈 지사는 “제주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존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칠머리당영등굿이나 해녀문화 등 제주가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존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라산신제를 신사참배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이어 원 장관을 향해 “제주도민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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