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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들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용역, 간편하게 묻어가기?
15억 들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용역, 간편하게 묻어가기?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1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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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자치단체 사무배분 문제 등 충분히 다루지 않아"
제주도의회 한동수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 한동수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에 따라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질 경우, 제주도가 맡고 있는 기초단체 사무의 이양과 관련해서 관련 용역에서 아무런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질타가 제주도의회에서 나왔다.

더군다나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질 경우의 사무 이양과 관련된 내용이 행정체제개편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제주도의회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을)은 13일 열린 제423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용역비만 15억원 가까이 투입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용역과 관련해 비판의 말을 내놨다.

해당 용역이 제주도가 맡고 있는 기초단체 사무의 이양과 관련해서 아무런 분석이나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 제주웰컴센터와 서귀포시청 등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도민 보고회’에선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지더라도 제주도가 맡고 있는 기초단체 사무를 지속적으로 제주도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 바 있다.

행정체제개편과 관련된 용역을 수행중인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금창호 석좌 연구위원은 “현재 전국에서 제주도만 유일하게 지방교부세 총액의 3%를 정률로 받고 있는데, 새로 만들어지는 기초자치단체가 기초단체 사무를 가져가게 되면 이 3% 정률의 지방교부세를 달라고 말할 논리가 부족해진다”며 제주도내에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일부 기초단체의 사무를 제주도가 지속적으로 맡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금 위원은 특히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사무 ▲청소·생활폐기물에 관한 사무 ▲도로 개설과 유지 및 관리에 관한 사무 ▲상수도 사업에 관한 사무 ▲공공하수도에 관한 사무 ▲대중교통행정에 관한 사무 등을 기존처럼 제주도가 계속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행정체제개편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용역진 측에서 이처럼 “일부 기초사무는 제주도가 계속 맡아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자 한동수 의원이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의원은 “용역과 관련된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부실 용역 논란에 휩싸인다”며 “이번에도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할 시에 대중교통이나 도로, 상하수도, 광역 폐기물 등 나누기 어려운 것은 제주도가 맡으면 된다고 간단하게 정리를 해버린다”고 꼬집었다.

이어 “15억원짜리 용역을 진행하면서 너무 편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하면 절차적으로 어떻게 시에 나눠주고 그 영향은 어떻게 되고, 기초자치단체별로 예산 배분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이 용역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것은 전혀 없고 그냥 ‘제주도가 맡아서 한다’고만 한다”고 질타했다.

한동수 의원의 지적처럼 향후 행정체제개편에 따른 각종 현안의 배분 문제는 행정체제개편과 관련해 선행적으로 분석이 이뤄질 필요가 있는 분야다. 만약 도내에서 기초자치단체가 만들어지게 될 경우 이에 따라 기존에 제주도가 맡고 있던 기초단체 사무가 기초자치단체로 넘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초자치단체의 여력에 따라 해당 사무를 적절하게 처리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여력이 충분하게 마련되지 않은 기초단체는 해당 사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고,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처럼 기초자치단체의 구성은 현안 및 사무 배분 등 세부적인 사항에서부터 도민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현안 및 사무 배분 등은 행정체제개편 과정에서부터 충분히 다뤄질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기초자치단체를 만들자' 라던가 '행정시장 직선제로 가자'고 결정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용역진은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그냥 제주도에 맡기면 된다'는 식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관련 논의도 너무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 

한 의원 역시 “이와 같은 것들이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기초자치단체가 부활했을 때 현안 배분을 어떻게 할건지 등이 나오게 되면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냥 행정시장 직선제로 갈 것인지 좀더 크게 갈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현안 배분에 대해 용역과정에서 기초적으로 더 분석이 됐어야 했는데 되질 않았다”고 질타했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언급된 사무의 배분이나 교부세 문제 등은 이번 용역에 넣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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