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청정하지 못한 제주, 버려진 쓰레기에 죽어가는 해양생물
청정하지 못한 제주, 버려진 쓰레기에 죽어가는 해양생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3.12.18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 정말 청정한가요?] ① 낚시줄 및 폐그물 피해 규모 상당
낚시줄 등에 걸린 멸종위기 남방큰돌고래 등도 종종 관찰돼
제주도, 관련 현황 파악 전무 ... 앞으로도 특별한 계획 없어

'청정제주'라는 말은 제주를 홍보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에 어울리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 안으로 들어와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청정제주'라는 말에 물음표를 가지게 된다. 바다에서부터 숲과 한라산까지 제주의 자연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앞으로 제주가 '청정'이라는 말을 되찾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미디어제주>는 제주 환경의 지금을 되돌아본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12월13일, 차가운 북풍이 파도를 밀어내는 날이었다. 해류도 바람을 따라 북쪽에서부터 바닷물을 밀어냈고, 각종 쓰레기도 이를 따라 제주의 북부 해안으로 밀려들었다. 제주도내에서 주기적으로 해양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는 환경단체인 '디프다제주'에서도 이날 제주시 도두동 일대 해안 정화활동을 하고 있었다. 

정화활동을 위해 해안으로 내려간 이들이 밀려온 쓰레기들 사이에 뭔가 이상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곳엔 바다에서 밀려온 온갖 종류의 쓰레기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그것은 가마우지였다. 제주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새였다. 가마우지는 바위 위에 쓰러져 있었다. 외관만 봤을 때는 당장 움직여도 이상할 것이 없어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가마우지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지난 13일 제주시 도두동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마우지. 목에 낚시줄이 걸려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디프다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도두동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마우지. 목에 낚시줄이 걸려 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사진=디프다제주.

무엇이 가마우지를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가마우지의 목구멍에서부터 낚시줄이 뻗어나와 있었다. 그 낚시줄은 인근 바위에 뒤엉킨 상태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낚시줄과 연결된 낚시바늘은 사람의 손가락 길이보다도 더욱 길게 가마우지의 목구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날 가마우지의 목구멍에서 바늘을 빼낸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가마우지가 바늘을 삼긴지는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이 바늘로 인해 먹이활동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결국 최종적으로는 이 바늘에 연결된 낚시줄이 바위에 걸리면서 죽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가마우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 기력도 없는 상태에서, 바위에 걸린 낚시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살기 위해 갖은 몸부림을 쳤을 것이다. 날개를 수차례 퍼덨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몸부림을 칠 때마다 바늘은 더욱 깊숙히 가마우지를 찔러댔을지도 모를 일이다. 가마우지는 결국 바위에 걸린 낚시줄을 풀지 못했다. 

지난 13일 제주시 도두동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마우지의 목에서 나온 낚시줄과 낚시바늘. /사진=디프다제주.
지난 13일 제주시 도두동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마우지의 목에서 나온 낚시줄과 낚시바늘. /사진=디프다제주.

이처럼 낚시줄에 고통을 받는 동물은 새들뿐만 아니다. 

해양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정준 감독은 지난달 8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입 주변과 꼬리지느러미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것이 감긴 채 헤엄을 치고 있는 새끼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발견했다. 

이정준 감독은 "시야가 좋지 않던 물속에서 입 주변과 꼬리에 엉킨 줄을 흐릿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며 "쓰레기에 얽힌 작은 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고 발견 당시를 회상했다. 이 감독은 이 새끼 돌고래에게 '종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종달은 지금까지 살아있을까? 살아서 아직도 제주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까? 알 순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낚시줄과 그물과 같은 해양쓰레기에 뒤엉킨 새끼 돌고래가 살아남은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 11월8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관찰된 어린 남방큰돌고래. 입과 꼬리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것이 엉켜 있다. /사진=이정준 해양다큐멘터리 감독.
지난 11월8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관찰된 어린 남방큰돌고래. 입과 꼬리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것이 엉켜 있다. /사진=이정준 해양다큐멘터리 감독.

어린 남방큰돌고래 '단이'의 경우 2021년 8월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감겨 있는 것이 처음 발견됐다. 2021년 11월에는 단이의 꼬리와 주둥이에도 낚시줄 등의 어구가 뒤엉킨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단이는 어린 개체였다. 자라나는 과정에서 낚시줄이 살을 파고드는 것은 불보듯 뻔했다. 

이후 해양환경단체 등이 추가 모니터링을 위해 단이를 찾아나섰지만, 단이는 그 이후 다시는 수면위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외에 같은 해 2월에는 꼬리지느러미에 낚시줄이 엉킨 어린 남방큰돌고래인 '꽁이'가 발견된 바 있고, 같은 해 8월 꼬리지느러미에 낚시찌가 걸린 개체가 포착된 바 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이처럼 낚시줄과 그물 등에 고통받는 돌고래들이 발견됐었다. 

지난 11월8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관찰된 어린 남방큰돌고래. 입과 꼬리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것이 엉켜 있다. /사진=이정준 해양다큐멘터리 감독.
지난 11월8일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앞바다에서 관찰된 어린 남방큰돌고래. 입과 꼬리에 낚시줄로 추정되는 것이 엉켜 있다. /사진=이정준 해양다큐멘터리 감독.

이처럼 버려진 낚시줄과 그물 등에 해양생물이 걸려 죽는 경우를 '유령어업'이라고 한다. 

과거의 어업은 바다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재료로 만들어지는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유령어업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20세기 중반부터 나일론과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만들어진 어업장비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버려진 어구들이 자연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남아 있게 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처럼 국내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폐그물 등 어구의 양이 연간 2만6000톤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사용되는 어구 8만1000톤의 32%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어구의 3분의 1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해양생물의 수도 상당하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버려진 어구 등의 쓰레기로 인해 죽는 해양생물이 국내에서만 연간 약 9만50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버려진 폐어구로 인한 피해 추산만 이렇다. 그 외에 바다에 버려지는 각종 쓰레기로 인한 해양생물의 피해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상황이지만 제주에서의 문제는 좀더 심각하다. 제주 연안에서는 얼마나 많은 어구가 버려지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해양생물이 목숨을 잃는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주연안의 관리에 나서야 할 제주도정에서도 '유령어업' 등과 관련된 현황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다. 지금까지 현황조사가 된 바가 없다. 이와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도 없다. 

현황파악은 물론 앞으로의 계획도 없기 때문에, '유령어업'으로부터 제주바다에서 살아가는 각종 해양생물을 지키려는 노력은 기대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제주의 바다는 청정한가?'라는 질문에도 쉽사리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의 바다가 청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외에도 상당히 많다. 

<기사는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