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7 09:10 (토)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절차 미이행" 판결에 논란 확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절차 미이행" 판결에 논란 확대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4.02.0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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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신설만 적용 ... 증설은 아니"
월정리 해녀들 "공사중단하라" 오영훈 "공사중단은 무리"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와 관련해 관련 행정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이와 관련한 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증설공사를 중단없이 지속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일부 도내 정당과 하수처리장 인근 일부 주민들은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제주도가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이행 ... 이뤄진 것으로 봐야하나?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지난달 30일 월정리 주민 A씨 등 6명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공공하수도설치(변경)고시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가 이번 증설을 위해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 역시 이행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고 측이 소송을 제기한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 중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 이행 여부와 관련해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북제주군은 하수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구좌읍 월정리에 동부하수처리장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2006년까지 하수처리장을 신설하고, 이후 2016년까지 증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당시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사전 환경성검토를 받았고, 북제주군은 이 계획에 따라 1997년 12월부터 동부하수처리장 신설 공사에 들어갔다. 신설된 동부하수처리장의 처리규모는 1일 1만2000톤이었다. 

이 처리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이 필요해졌고, 제주도는 이에 따라 1997년 수립된 계획을 바탕으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에 나섰다. 제주도는 이 증설 과정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았다. 이미 이 증설사업이 담긴 계획안이 1997년 승인받고 수립되는 과정에서 사전 환경성검토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사전 환경성검토의 근거가 된 법인 환경정책기본법은 2011년 7월 지금의 환경영향평가법으로 개정됐다. 그 때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법 부칙에는 환경영향평가법 개정 이전에 사전 환경성검토를 거친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이 부칙을 토대로 이번 증설사업이 담긴 계획안이 1997년 당시 사전 환경성검토를 받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이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따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1997년 이뤄진 사전 환경성검토는 최초 공사가 이뤄진 1만2000톤 규모 신설과 관련된 내용만 봤ek는 것이다. 이후 처리용량 증설과 관련된 내용은 사전 환경성검토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사전 환경성검토 당시 작성된 검토서에는 이 시설의 처리용량을 하루 2만4000톤으로 증설하는 2단계 계획안이 기재돼 있지만, 이는 '사업의 개요'를 기술하는 부분에 장래 계획으로 기재된 것에 불과하다. 이 2단계 계획에 대해선 환경성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하수처리장 증설공사에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누락한 하자가 존재하고, 이런 하자는 중대 및 명백하다. 증설공사 고시는 무효다"라고 판결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이미 증설공사 고시가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재판부는 문화재청과의 협의 절차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이 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녀들이 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동부하수처리장의 증설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제주

◇"행정절차 미이행, 공사 중지해야" vs "공사는 지속할 것"

법원의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월정리 일부 해녀들은 1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법원의 판단을 언급하며 "하수처리장의 분뇨와 오·폐수 처리방류관에 의한 방류수가 세계유산과 해녀물질 터전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며 오영훈 지사를 향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남지미동굴의 자연경관 가치를 존중해 유산지구를 파괴하는 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즉각 멈춰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녹색정의당도 성명을 내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녹색정의당은 성명을 통해 "그간 제주도정은 월정리 해녀들이 공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님비 운운하며 공사강행을 추진하는 등 안하무인식으로 독단적인 불통행정을 보여왔다"며 "이후 법정공방에서 패소한 이후에도 공사 강행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주도정은 동부하수처리장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월정리 해녀들에게 공식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주도정은 지속적으로 공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1일 오전 마련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일단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인데, 당연히 항소를 해야 한다"며 "1심 패소 원인과 상황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월정리 마을 주민들의 공사 중지 요구에 대해선 "마을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선 증설공사 고시가 무효화 됐다고 보기까진 법리적 해석이 필요하다. 지금 공사 중단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는 약 20%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는 법원의 판결이 있긴 했지만 공사를 지속, 3월까지 터파기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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