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4.3과 관련해 '4.3은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이라고 공식 사과한데 이어, 경찰에서는 처음으로 허준영 경찰청장이 27일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4.3영령들에게 분향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제주지방경찰학교에서 열리는 제주경찰특공대 발대식 참석차 제주를 방문하는 허 청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제주시 봉개동에 소재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분향할 예정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찰청장이 27일 4.3공원을 방문해 분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장의 첫 4.3평화공원 방문과 4.3영령에 대한 분향을 하게 된 취지나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내 4.3단체에서는 허 청장의 4.3평화공원 방문계획에 대해 일단 관심을 보이면서도 그동안 4.3진상규명과 관련해 경찰의 비협조적인 부분을 거론하며 허 청장의 예의주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총수가 4.3평화공원을 방문하겠다는 것은 관심 가질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방문에 앞서 4.3에 관한 입장 등에 대해 먼저 밝히지 않고 분향이 이뤄지게 돼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많은 민간인이 학살당한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경찰이 과거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도민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한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4.3 영령들에게 분향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4.3과 관련해 2003년 제주방문시 "4.3은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으로, 유족과 제주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 ‘제주4.3사건
사과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제주도민과 제주4.3사건 유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 55년 전, 평화로운 섬 이곳 제주도에서 한국현대사의 커다란 비극 중 하나인 4.3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제주도민들은 국제적인 냉전과 민족 분단이 몰고 온 역사의 수레바퀴 밑에서 엄청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입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제주를 방문하기 전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각계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가
2년여의 조사를 통해 의결한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받았습니다. 저는 이제야말로 해방 직후 정부수립과정에서 발생했던 이 불행한 사건의 역사적 매듭을 짓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19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저는 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정부는 4.3평화공원 조성, 신속한 명예회복 등 위원회의 건의사항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우리는 4.3사건의 소중한 교훈을 더욱 승화시킴으로써 ‘평화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겠습니다. 화해와 협력으로 이 땅에서 모든 대립과 분열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평화, 나아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의 길을 열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폐허를 딛고 맨손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를 재건해냈습니다. 제주도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제주도는 인권의 상징이자 평화의 섬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
왜 분향하는지에 대해 밝히는게 도리가 아닌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