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공무원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선거를 앞두고 이 부분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대부분 청렴성, 지도력, 추진력, 포용력, 도덕성, 능력, 경력 등을 꼽는다.

그러나 실제 선거전에 돌입하면 청렴성, 지도력, 추진력, 포용력, 도덕성, 능력 등의 미사여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대신 학연, 지연, 혈연, 그리고 '경조사' 등이 전면에 부상한다.
그 중에서도 '경조사'가 후보자 선택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로 작용한다.
# '제 역할' 보다 '경조사' 가 중요척도가 되는 사회
지방자치단체이나 지방의원, 심지어 국회의원까지 아무리 제 직분에 맞게 역할을 잘해 나가더라도 '경조사'가 부족하면 지탄받는 풍조는 여전히 남아있다.
경조사와 함께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또 마을행사 및 단체행사다. 이러한 행사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것도 '감표(減標)' 요인이다. 물론 매 선거때마다 꼭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조사'와 '행사 참석'은 후보자의 활동력을 평가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선거문화의 '현실적 한계'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정책수행이나 의정활동 방향도 유화적인 측면으로 흐를 때가 많다.
어떠한 원칙이나 기준을 갖고 활동에 임하기 보다는 특정 계보의 민심을 의도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것이다.
#'경조사' 중심 표심전략, 도민사회 '민심 분열' 조장
공식석상에서는 '21세기 동북아중심도시', '제주국제자유도시', '혁신', '제주특별자치도', '평화의 중심지' 등 온갖 화려한 문구를 내세우며 도민의식이 이제 새롭게 달라져야 함을 주창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잔치집으로 달려가는게 선출직 공무원의 현주소다.
앞에서는 '국제자유도시', 뒤에서는 '식께칩'을 생각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틈만 나면 '이제는 도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잔치집'과 '식께칩'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율배반적 사고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식께칩'과 '잔치집', '행사참석' 등이 도민사회를 따뜻하게 감싸안는 인정으로 총화되는 것이 아니라 도민사회에 '위화감'과 '상대적 소외감', '파벌' 등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있다.
소위 '빽있고', '많은 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행정과 의정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거에서 도움을 줄 단체에는 적극적인 선심을 베풀고, 그렇지 않을 단체나 모임에는 외면하는 풍조. 이것이야말로 연방주에 가까운 독립된 고도의 자치행정을 선보이겠다는 제주에 맞지 않는 처사임에는 두말할 따위가 없다.
연초 이러한 선거문화를 갖고 논하는 것은 지난해 선관위로부터 경고 등을 받은 지방자치단체 또는 지방의원 출마예상자들 대부분이 이러한 마을 또는 단체 행사와 관련돼 있다는 발표 때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선거문화의 고질적 병폐는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기에 노파심은 더욱 크다.
#유권자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의식개선 '중요'
'공명선거'를 논할 때와 '실제 선거'에서의 후보자 선택기준이 이리도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기관에서 주최하는 공식적 선거문화 토론회 등에서는 청렴성, 지도력, 추진력 등을 주창하다가도 뒤 돌아서면 혈연과 지연을 찾고 '경조사'를 운운하는 풍토를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혹자는 제주의 삶의 문화적 특성이 그대로 배여 있는 '현실'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을 나누어 온 제주의 독특한 인심과 인정이 '경조사' 등과 연계돼 인물을 평가하는 관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의식개선이 먼저냐, 후보자가 먼저 달라져야 하는가의 논쟁은 이제 그다지 의미가 없을 듯 하다. 경조사 선거문화를 과감히 탈피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 잘못된 의식을 동시에 개선해야 한다.
민선 4기 지방자치시대를 맞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이제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소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원년'이라 불리우는 올해 선거에서 고질적 병폐가 어느정도 사라질지에 관심이 크다.
후보자 선택기준, 생각해보고, 또 생각해보자.
글~~~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