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오는 5월31일 실시되는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공무원의 선거중립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우철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27일 오전 9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공무원 선거중립을 요구하는 '전체의원 명의'의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공직사회에서는 지방선거에 따른 줄서기와 회유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며 "과거 공직사회에 치명적인 혼란과 분열을 초래했던 '신파우파'의 갈등이 다시 재현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특별법 후속조치들을 모두 팽개치고 선거에만 매달리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개탄스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더구나 현직 지사는 간부공무원을 개별적으로 불러서 독대하고 자신의 지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는가 하면, 일부 공무원은 자신의 직을 걸고 선거전에 뛰어 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의원 일동은 이를 분명히 경고한다"며 "그리고 지켜볼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현직 지사와 고위 공무원들께서는 직위를 이용해 공무원들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어떠한 기도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무원의 선거개입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함께 "공무원 여러분은 줄서기나 회유에 흔들리지 말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특별법 후속조치들이 차질없이 진행돼 제주의 밝은 미래를 앞당겨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참석 의원 모두 한나라당 소속...구체적 사례도 없이 급하게 진행

그런데 최근 제주도지사 선거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이같은 기자회견과 관련해, 구체적 사례가 발생함에 따른 '경고성' 회견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우철 의장과 강호남 부의장, 양대성 농수산환경위원장, 고동수 운영위원장, 강원철 교육관광위원장 등 5명이 참석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기자회견 참석 의원들은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어서 기자들의 질문도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에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 의원들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례가 기자회견을 한 것이 아니라 '예방주사'를 통해 사전에 공무원 중립 훼손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회견문에는 유독 김태환 현 지사측을 겨냥해 공무원 중립훼손 사례가 적시돼 있는데다, 아직 구체적 확인된 내용도 없이 급하게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을 두고 도의회 주변에서는 '의구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전체의원 명의로 기자회견문 작성했지만, '전혀 몰랐다' 의원도 있어

또 양우철 의장과 고동수 위원장 등은 "이날 기자회견은 전체 의원들의 회람과 같은 동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지, 한나라당 차원의 기자회견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다.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병립 의원은 "이런 기자회견이 있는지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안동우 의원도 "기자회견을 하는 줄도 몰랐고, 공무원 중립촉구 기자회견문이 전체 의원 명의로 작성된 줄도 몰랐다"고 말하고,  "전체의원 명의로 기자회견문을 작성하려면 최소한 의원들의 동의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도의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