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납읍자동차공업사를 운영하는 김금탁 대표(49)는 사실 키다리아저씨는 아니다. 초등학생인 J군이 보기에 키다리아저씨처럼 보였을 지도 모른다. 아니, J군은 진 웹스터가 쓴 소설 「키다리아저씨」의 주인공처럼 김 대표를 그렇게 느꼈기에 키다리아저씨라고 표현한 게 더 정확할 듯하다.
J군은 4살 때부터 매달 김 대표의 도움을 받고 있다. 김 대표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은 이는 숱하다. 김금탁 대표는 소설 「키다리아저씨」에서처럼 후원자이면서 어린이를 사랑하는 이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후원의 손길은 이젠 김 대표의 일상이 됐다. 그렇다면 그는 J군의 물음처럼 ‘왜 그런 일을 하게 됐을까’
“제가 태어난지 1년 5일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중학교 입학 통지서를 받고는 기뻐할 새도 없었죠. 아버지가 아프시는 바람에 중학교 진학도 포기해야 했고, 얼마 뒤엔 아버님도 세상을 뜨셨죠.”
어렵게 자란 그에겐 어린시절이 무척 그립기만 하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지만 그에겐 ‘기쁨’보다는 ‘외로움’과 ‘어려움’이 더 기억이 난다. 동네 어른들은 그를 보고 ‘먹지도 못하니 살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하곤 했을 정도였다. 그가 어린이를 돕는 건 그 때문이다. 자신처럼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고 주겠다는 마음이 그를 지금처럼 이끌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접촉을 한 건 우연이었죠. 한국복지재단(어린이재단의 전신)에 출장을 가게 됐는데, 그게 어린이들을 위해 활동하게 된 계기였어요.”
그는 어린이재단, 가정위탁지원센터, 적십자사 등을 통해 자신과 결연을 한 이들에게 매달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작은 정성이면 된다”며 주위 사람들을 후원의 길로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김금탁 대표를 통해 후원 결연을 한 이들만도 90명 가까이나 된다. 그의 사무소엔 ‘초록우산 후원신청 카드’가 비치돼 있을 정도로 어린이 돕기에 그만한 열성이 있을까 싶다.
어린이를 돕는 건 어려운 게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남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지금처럼 어린이를 돕는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그는 부자가 아니다.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눈에 밟히는 어린이에 대한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인생과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의 인생을 합쳐 100세까지는 살아아죠. 물론 살아있을 때까지 후원을 계속해야죠.”
아쉬움도 많다. 후원을 하던 초창기 때다. 3남매가 있는 가정의 첫째와 후원결연을 했는데, 나머지 애들을 도와주지 못한 게 지금도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남을 돕겠다는 마음가짐이 첫째고요, 두 번째는 관심이죠. 자신이 쓸 용돈을 나눠주면 되거든요. 용돈을 줄이면 대신 행복해지잖아요. 어떻게 도울지 모르겠다면 저를 찾아오세요.”
그는 지난달 제주MBC 라이온스 사회봉사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제주종합사회복지관 러브하우스 반디봉사단 회장을 맡고 있다.